첫 보도 이후 336일 만…시작은 '명태균 게이트'
12·3 불법계엄 원인 중 하나…결국 영부인 최초 공개 소환
2025-08-06 18:12:18 2025-08-06 18:28:26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윤석열정부의 막후 실세였던 김건희씨의 첫 공개 소환이 6일 이뤄졌습니다. 김씨에 대한 공개 소환은 '명태균 게이트' 첫 보도 이후 336일 만입니다. 그동안 김씨의 숱한 의혹에도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른바 '황제 조사'를 받으며 국민을 기만했는데요. 대통령인 윤씨를 앞세워 권력의 '비호'를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가 명태균 게이트 보도 후 약 1년 만에 '포토라인'에 서서 공개 사과하게 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점에 김건희…윤석열 녹취에 공천개입 의혹 '쐐기'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9월5일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으로 명태균 게이트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이준석·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폭로를 통해 김씨의 공천개입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고 요청했고, 두 인물이 대화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공천 개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은 명씨가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이준석·천하람 의원 등을 만나 김 전 의원의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자리를 요구했던 점, 윤씨 부부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명씨가 김씨에게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부탁했고, 실제로 성사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연이어<"대통령과 여사에게 전화했다. 내일 김영선 발표">보도에선 명씨의 음성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의혹을 뒷받침할 다수의 명씨 음성파일 존재를 알린 건데요. 음성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해 2월 명태균 게이트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씨와 통화에서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라며 "그러니까 빨리 기사, 빨리 내 갖고 빨리 확인하고. 그 기사를 여사한테 줘야 해요. 나한테 빨리 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이 당시 지역구인 창원의창을 떠나 김해갑에서 출마한다는 보도자료가 예정된 날짜(2월19일)보다 하루 앞당겨 언론에 전해졌습니다. 
 
이후 윤씨 부부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쐐기를 박는 윤씨의 육성 녹취가 지난해 10월31일 공개됐습니다.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둔 2022년 5월9일 명씨와 윤씨가 나눈 통화입니다. 당시 윤씨는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공천)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천개입 외에도 불법 여론조사·창원산단 부지 개입
 
윤씨는 여론조사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보고받았습니다. 음성 파일에는 명씨가 2022년 3월2일 오후 3시58분 강씨에게 전화해 "PNR 조사 발표한 거 있죠?"라며 "그거 빨리 달라고 그래요. 윤석열이가 좀 달라고 그러네"라고 지시하는 정황이 담겼습니다. 이밖에도 명씨는 여론조사를 통해 유력 정치인과 관계를 다졌습니다.  
 
명씨의 영향력이 광역단체장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배경에도 김씨가 등장합니다. <명태균, 경남·강원지사 공천 관여 의심…배경은 '김건희'> 보도에서 명씨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직후 윤씨 부부에게 박완수 의원을 국민의힘 경남도지사 후보로 추천했는데요. 김진태 강원지사 공천에서 배제됐던 김 지시가 경선 기회를 받을 수 있던 배후에 명씨와 김씨가 있었다는 겁니다. 
 
<창원산단 부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까지 '이상 거래'> 보도에선 명씨가 산단 선정 과정 초기부터 개입했고, 대외비인 후보지 지정 사실도 정부의 공식 발표(지난해 3월15일) 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윤씨 부부와 관계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입니다. 
 
명태균 게이트는 12·3 비상계엄의 촉발시킨 역할을 했습니다. 비상계엄 하루 전 명씨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요. 당시 명씨 측은 윤씨 부부와 나눈 메시지 등이 담긴 휴대전화(황금폰)를 야당(당시 민주당)에 제출할 수 있다'며 윤씨 측을 압박한 다음날이기도 합니다. 
 
황금폰엔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31일 민주당이 5월9일 통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명씨가 윤씨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하자 "알았다"며 "상현이(윤상현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하겠다.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4월4일 윤씨 파면 이후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신속히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도 꾸려졌는데요. 명태균 게이트 관련자 조사를 비롯해 명씨가 연루된 각종 범죄 의혹에 윤씨 부부가 배후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김씨에게 출석을 통보했습니다. 버티던 김씨 측은 결국 소환에 응했습니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씨 첫 소환 조사 순간이 정해진 겁니다. 영부인의 헌정 사상 최초 공개 소환으로, <뉴스토마토>의 명태균 게이트 첫 보도 이후 336일 만에 이뤄낸 결과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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