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검사 원칙·분담금 제한'도 없다…금소원 설립 '졸속 추진'
2025-09-19 15:54:17 2025-09-19 18:19:59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소비자원(금소원) 설립으로 금융사 분담금이 급격히 늘면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와 여당은 금소원 설립 예산을 정부 재정 투입 없이 금융사들이 내는 감독·발행 분담금에서 충당한다는 방침입니다. 금감원·금소원 '공동 검사 원칙', 분담금 최소화 등 과거 논의된 부작용 최소화 장치들이 대거 빠진 채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작용 방지책 논의 '전무'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금융사 이중 부담 방지와 소비자 전가 최소화라는 현실적 고려 없이 금소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민주당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융위 설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부문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업무만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분리돼, 금소원이라는 별도 조직이 됩니다. 
 
금소원 신설로 금융권의 분담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개정안은 현재 금융위·금감원이 금소원 설립준비위원회를 설치해 개편을 준비하되, 필요 재원은 금감원 또는 금융사로부터 차입하도록 했습니다. 금감원 예산 대부분은 금융사가 부담하는 감독분담금으로 구성됩니다. 
 
문제는 이번 금융위설치법 개정안에는 분담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논의가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3년 금소원 설립이 논의되던 때 금소원이 독립 예산을 가지되, 분담금 부담이 무한정 확대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금소원 설립 등으로 감독기관이 난립할 경우 금융사 분담금이 커지고 최종 비용이 금융소비자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금융사 추가 출연금이 부과되면 금융상품 가격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별도 기관으로 신설하기로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위도 당시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소원 설립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금감원과 금소원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공동 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뒀습니다. 건전성 감독과 큰 관련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금소원의 단독 검사권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금소원 운영 재원으로 금감원이 그간 금융사로부터 거둬온 분담금을 나뉘 쓰되, 원칙적으로 금소원이 분리된다고 해서 분담금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금융위설치법을 보면 금소원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습니다.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업무와 함께 금융권의 상품 판매·광고 등에 대한 검사 및 관련 제재 권한도 갖도록 했습니다. 금감원·금소원 공동 검사는 '원칙'이 아니라 '공동 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소비자 부담 전가"
 
금감원 조직 인력 재배치, 금소원 설립에 따른 출연 규모 등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보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위설치법 개정안에는 재원 조달 방안을 담은 비용추계서가 첨부돼 있지 않습니다.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에는 "금감원 수입의 대부분이 금융기관과 증권 발행인의 분담금 등 민간 재원으로 충당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에 따라 분리·운영되는 금감원과 금소원의 운영 비용도 민간 재원으로 충당되는 경우, 국가의 추가 재정 소요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금감원의 운영 수입 항목은 금융사들이 각출하는 감독분담금,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내는 발행분담금 등으로 나뉩니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와 금융기관들이 감독·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금감원에 내는 준조세 성격의 수수료입니다. 감독분담금은 발행분담금과 함께 금감원 운영 수입의 연 평균 96%를 차지할 정도로 금감원 수입에서 절대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감원 감독·발행 분담금 규모는 2020년 3222억원, 2021년 3409억원, 2022년 3637억원, 2023년 3744억원, 2024년 3794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습니다. 여당 발의안대로라면 금소원 부원장보 자리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인력과 비용은 더 필요한데요. 고정비용뿐만 아니라 운영비도 늘어나게 됩니다. 감독기관이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소원으로 늘어나면서 감독·검사 횟수나 수위가 늘어나는데 분담금은 이에 비례합니다. 
 
이 분담금은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받는 각종 수수료에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발행분담금은 증권사 입장에서 발행 업무 직접 원가로 잡히므로, 인수 수수료나 발행 수수료에 반영될 수 있고, 감독분담금도 영업비용 증가를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나 각종 수수료에 간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 개편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금소원 신설 등을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은 추석 전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야당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감독분담금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경비를 감액하거나 금리, 수수료에 비용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영업점 직원을 줄이거나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이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기관 개편은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신설로 소비자 피해가 되레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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