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나흘간 대정부 질문을 마친 여야가 80여일 남은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격돌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예열을 마친 여야의 첫 대치 전선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될 전망입니다. 여당은 오는 2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상임위에서 관련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또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을 두고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11월 예산 정국까지 충돌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여당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색 상복을 입고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정부조직법 충돌…"패스트트랙" 대 "상정 거부"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가 전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개정안은 22일 행안위 전체회의와 24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개정안에는 그동안 여당이 강조했던 검찰 개혁과 기획재정부 개편을 담았습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비롯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금융 조직 개편, 기획재정부의 예산·정책 기능 분리,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입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행안위 소위를 통과하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인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를 통해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추진을 막아서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날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다수의 힘으로 자기네들이 갈 길 가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모습으로만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일방 처리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설치법을 비롯한 각종 정무위 소관 법률을 '상정 거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무위원장과 기재위원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 의원인 점을 감안해 상정을 거부하겠다는 것인데요. 당정이 추진하는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등은 정무위 소관 법률이라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의 동의가 없으면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등 정무위 소관 법안 9개, 공공기관 운영법 등 2개 기재위 소관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방침입니다. 이 경우 최소 180일이 지나야 정무위를 통과할 수 있는데요. 법안 작업과 부처 인사 등 실무 작업까지 고려하면 당정이 구상하는 이재명정부의 정부 개편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형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대 개혁·국정감사서 공방 예상…예산안도 안갯속
이런 가운데 '3+3 민생경제협의체'도 무기한으로 연기됐습니다. 전날 김건희 특검이 국민의힘의 중앙당사를 찾아와 세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한 끝에 당원 서버 관리 업체를 압수수색했는데요. 이로 인해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기습 상정과 일련의 상황으로 당분간 순연하기로 여야 간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3대 개혁도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공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내란 종식을 위해 윤석열정부의 과오를 들추며 신속한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꺼내 들며, 민주당에서는 연일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위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했는데요. 관련 내용은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본회의에 방송미디어 통신위법과 정부조직법을 비롯해 준비된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은 특위 차원에서 발의한 만큼, 아직 상정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앞두고 6년 만에 장외투쟁 카드를 꺼냈습니다. 장외투쟁의 명분은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움직임, 3대 개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세운 것인데요. 이를 비롯해 본회의에서 3대 개혁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11월부터 시작하는 예산 정국에서는 여야가 협치보단 대립이 더 극한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후 1년이란 시점을 강조하며 내란 종식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고, 국민의힘에서는 '야당 말살'을 주장하며 곳곳에서 충돌이 예상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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