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도약, 중벤스로)④(인터뷰)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국민연금, 코스닥 투자 늘려야"
변동성·수탁자 책임의 딜레마…장기 자금 유입이 관건
투자 비중 넘어 주주권 행사로 시장 신뢰 높여야
2026-01-02 06:00:00 2026-01-02 06:00:00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미래 기술을 가진 혁신기업이 성장하려면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최근 서스틴베스트 본사에서 만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코스닥 2000 시대의 핵심 조건으로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의 역할을 지목했습니다. 그는 코스닥의 도약은 장기 자금 유입을 통한 수급 구조 전환의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지낸 류 대표는 국민연금의 역할론을 꾸준히 제기해왔으며,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류 대표는 국내 최초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의결권 자문 기관인 서스틴베스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서스틴베스트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와 기업 지배구조를 분석·자문하며, 책임투자와 주주권 이슈를 중심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류 대표는 메리츠증권(008560), 동방페레그린, 현대증권 등에서 약 14년간 자본시장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그는 코스닥의 저평가와 변동성 역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와 수급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연금이 안전만 좇으면 돈도 늙고 사회도 늙어"
 
류 대표는 코스닥 시대를 논하기에 앞서 시장 질서와 수급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코스닥은 여전히 단기 매매 중심의 거래 구조가 고착화돼 있고, 이로 인해 시장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단기 수급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류 대표는 연기금이 안정성에만 매몰될 경우 자금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활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고령화로 자금이 연기금에 쌓이는데, 그 돈마저 안전자산에만 머물면 성장산업으로 흘러갈 통로가 막힌다"며 "그 결과 기업과 시장 모두 활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 자금은 단기 변동성을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을 견디는 투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자본시장은 국가투자와 함께 '혁신의 용광로'였다"며 "네덜란드가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를 기반으로 해상 패권을 장악했고, 영국이 주식회사 제도를 통해 산업혁명을 완수했듯, 오늘날 미국의 경제 패권 역시 뉴욕증권거래소라는 강력한 자본 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일 정부는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내놓으며 연기금 투자 촉진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기금운용평가 시 기준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해 연기금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경우,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국내 주식 비중은 약 12% 수준이며 이 중 95% 이상이 코스피 종목에 집중돼 있어 코스닥 투자는 제한적인 상태입니다.
 
류 대표는 정부가 '코스피 5000', 'AI 세계 3강' 등 자본시장 중심의 성장 전략을 제시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자본시장이 활성화돼야 기업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와 혁신이 가능하다"며 "정책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연기금과 같은 장기 자금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연기금, 코스닥에서 더 적극적 역할 필요해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를 꺼리는 구조적 이유로는 '변동성'과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의 충돌이 꼽힙니다. 류 대표는 "코스닥은 미래산업 위주라 예측하지 못할 변수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인다"며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 운용역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코스피 대형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은 중장기적으로 더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나스닥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401K 등 연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 자금의 역할이 컸다"며 "국민연금이 코스닥에 장기 자금으로 참여할 경우 변동성을 낮추는 동시에 시장 신뢰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 배분과 운용 단계에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류 대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 배분 단계에서 코스닥 몫을 따로 설정하고, 주식 위탁 운용에서도 코스닥 유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만 연기금 자금이 코스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기금의 코스닥 참여는 투자 비중 확대에 그쳐선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단순한 자금 공급자를 넘어, 시장 질서를 개선하는 주주로서의 역할이 함께 요구된다는 지적입니다. 류 대표는 "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코스닥 기업의 횡령·배임과 불성실 공시, 지배구조, ESG 경영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연금이 들어온 종목은 지배주주가 함부로 행동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런 구조가 자리 잡으면 기업 투명성이 개선되고, 연기금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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