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보조금 퍼붓는 중국…한국 프리미엄 우위 여전
‘이구환신’ 정책에 중 가격경쟁력 상승
샤오미, 가전 공장 가동…제조 내재화
RGB TV는 칩 대신 형광체 사용 논란
K가전 기술 우위…프리미엄·A/S 강조
2026-01-02 14:57:44 2026-01-02 14:57:44
[뉴스토마토 이명신·안정훈 기자] 중국 가전업체들이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을 발판 삼아 생산 역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경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올해도 가전 전반에서 한중 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가전은 마이크로 RGB TV 등 ‘프리미엄’과 기술력에서 차별화 전략을 계속할 방침입니다.
 
중국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고객이 이구환신 보조금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앙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올해 1분기 ‘이구환신’ 정책에 따라 소비재 보조금 프로그램에 총 625억위안(약 13조원)을 배정하며 자국 기업 간접지원에 나섰습니다. 이 가운데 가전 부문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가전은 물론 스마트홈 연동 제품에 대해 품목당 최대 1500위안(약 28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되며, 특히 올해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구환신 정책은 중국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자국 브랜드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24년 9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구환신 관련 상품 판매액은 2조6000억위안(약 538조원)을 넘겼으며, 약 3억6000만명이 보조금 혜택을 받았습니다. 가전제품 교체는 1억2000여만건이었고, 휴대전화 등 디지털 제품 구매량은 9100만대를 넘었습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은 생산능력(캐파)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샤오미는 최근 우한에 위치한 스마트가전 공장 가동에 돌입했습니다. 차와 스마트폰에 이은 세 번째 대형 스마트 공장이자 첫 가전 생산 공장으로, 샤오미는 이곳에서 스마트홈 브랜드 미지아의 중앙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AI 시각 검사, 디지털 트윈, 공중 물류 시스템 등 첨단 스마트 제조 기술을 도입해 6.5초마다 한 대의 에어컨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후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까지 생산 품목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샤오미는 가전을 기존 위탁 생산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설계·자체 생산 체제로 전환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제품 원가를 낮춰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 기업, 보조금 업고 몸집 키워
 
절반이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신뢰도 확보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 드리미 테크놀로지는 최근 한국 사용자 데이터 서버를 국내로 이전했습니다. 중국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국내 사용자 데이터의 한국 이전을 추진한 것은 처음입니다.
 
중국 우한에 위치한 샤오미 가전 스마트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다만 국내 가전업계는 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에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의 신뢰도, 서비스 측면에서 우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내수 시장의 실적을 기반으로 저가 라인을 통해 해외 진출을 공격적으로 진행한다”며 “고객들이 가전을 구매할 때, A/S같은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많은데, 중국 업체들은 이런 점이 충족되지 않다 보니 제품이 저렴하더라도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차세대 프리미엄 TV로 부상한 ‘RGB TV’의 경우, 오는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RGB TV는 기존 LCD TV의 백색 LED 광원 대신 적·녹·청(RGB) 광원을 직접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세 가지 색상의 광원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색 재현력과 밝기를 끌어올린 게 장점입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RGB TV를 프리미엄 TV 전략의 핵심축으로 설정하고, 기존 115형 초대형 제품에 이어 55·65·75·85·100형 등으로 신규 모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엔진을 통해 AI 업스케일링과 컬러 보정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화질 구현에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LG전자도 첫 마이크로 RGB TV인 ‘LG 마이크로RGB 에보’를 공개합니다. RGB 광원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서 축적한 정밀 광원 제어 기술과 AI 화질 처리 역량을 결합해 색 정확도와 명암 표현력을 끌어올렸습니다.
 
LG전자가 오는 6일(현지시각) ‘CES 2026’에서 선보이는 ‘LG 마이크로RGB 에보’. (사진=LG전자).
 
국내 제조사들이 공개하는 RGB TV는 중국 업체들의 ‘미니 RGB TV’보다 기술력에서 앞서있다는 평가입니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준비하는 마이크로 RGB TV의 소자 크기는 100마이크로미터(㎛)이하로, 미니 RGB 소자 크기인 100~500㎛보다 작아 제조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GB TV’인데…‘가짜 TV’ 논란
 
반면 중국 TV 제조사 TCL의 경우 보급형 RGB 미니 LED TV에 대해 허위 광고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TCL의 보급형 RGB 미니 LED TV에는 R칩이 없이 2개의 B칩과 1개의 G칩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옴디아는 TCL이 출시한 보급형 제품 ‘Q9M’에 대해 “순수 RGB 칩 대신 블루, 그린칩과 적색의 형광체를 조합해 원가를 낮춘 제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TCL을 포함한 중국 TV 제조사들 역시 CES 2026에서 RGB 기반 TV 기술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입니다. RGB TV 시장을 두고 한국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지만, 중국의 허위 광고 논란으로 한국 기업들의 기술 리더십이 조명되는 상황입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광고하는 RGB TV의 경우, 마이크로보다 더 큰 미니 칩을 사용해 원가가 더 싸고, 공정이 더 쉬운데도 불구하고 빨간색 칩을 쓰지도 않은 것”이라며 “사실상 RGB TV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 QLED TV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 가전업체들은 올해 프리미엄 기술력을 강조하며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다양한 라인업에 더해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라인업이 확장되는 모습”이라며 “빌트인, 프리미엄 가전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안정훈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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