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이명신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피지컬 AI가 핵심 화두로 부상하면서, 기업 간 ‘합종연횡’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학습 단계에 머물렀던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양상입니다. 제조 기반을 갖춘 국내 기업들도 AI 기술을 보유한 미국 빅테크 기업과 협업하며 피지컬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CES 2026은 AI가 실제 산업과 제품으로 구현되는 전환점을 가늠할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 참가하는 LG전자가 이에 앞서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지난 3일 공개했다. (사진=LG전자)
CES 2026, 휴머노이드 로봇 대거 등장
현대차그룹은 CES 2026 개막 하루 전인 5일(현지시각)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 파트너링 휴먼 프로그레스(Partnering Human Progress)’를 주제로 미디어데이를 열고 ‘인간 중심의 AI 로보틱스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무대에 올려 첫 시연을 진행했습니다. 아틀라스는 스스로 무대에 올라 관람객에게 인사하고, 물건을 집어 드는 등의 동작을 선보였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시설에 투입해, 점진적으로 작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산업 현장이 아닌 가정에서 활용되기 위한 로봇도 등장했습니다. LG전자는 올해 CES 2026에서 AI 홈 로봇 ‘클로이드(CLOiD)’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클로이드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거나 오븐에 크루아상을 넣는 등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가사 업무를 지원하도록 설계됐습니다. LG전자의 AI 가전과 연동해 제품 제어까지 수행하는 ‘AI 비서’ 역할을 겸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국내 제조사들이 피지컬 AI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미 빅테크 기업인 엔비디아의 역할도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LG전자 등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형 머신을 선보인 기업 상당수가 개발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스택을 활용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아틀라스가 5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관람객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엔비디아는 데이터 생성과 시뮬레이션 평가, 추론 과정에 필요한 비전·언어 모델 등 로봇 제조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오픈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몇몇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로봇에게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모델을 적용했다“며 “제조 과정 전반에서 엔비디아와의 협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 간의 ‘연합 브랜드’가 차려진 점도 특징적입니다. △에이로봇 △투모로보틱스 △블루로빈 △에이딘로보틱스 △로브로스 △로보티즈 △뉴로메카 △테솔로 △페러데이다이나믹스 △에스비비테크 등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맥스(M.AX) 얼라이언스’로 결집해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 것입니다. 개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하나로 묶어 실질적 협업 모델을 지향한다는 전략입니다.
젠슨 황 "1분기 엔비디아 로보택시 나와"
빅테크 기업과 제조사 간 협업은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등 활용 범위가 넓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엔비디아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협업해 AI 기반 로보택시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올해 1분기에 엔비디아 로보택시가 나온다”며 “엔비디아 로보택시가 미국은 올해 1분기, 유럽은 2분기, 아시아는 3~4분기에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자동차에서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 AI 솔루션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올해 최신 전장 기술에 AI를 적용해 운전석부터 조수석과 뒷좌석까지 차량 내부를 탑승자 맞춤형 공간으로 바꾸는 ‘AI 기반 차량용 솔루션(LG AI-powered In-Vehicle Solutions)’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기술은 CES 출품목 중 가장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주어지는 CES 최고 혁신상까지 수상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LG전자의 모빌리티 분야 성장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퀄컴과의 협업이 있었습니다. LG전자의 ‘AI 캐빈 플랫폼’ 등에는 퀄컴의 고성능 오토모티브 솔루션인 ‘스냅드래곤 콕핏 엘리트’가 탑재됐는데,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 상태와 외부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스냅드래곤의 연산 성능이 활용됩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기술력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확대함으로써 SDV를 넘어 AIDV(인공지능 중심 차량)로의 전환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저(CEO)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로봇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조업 강한 한국, 시너지 클 듯
업계에서는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지난해까지가 AI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학습의 시기였다면, 2026년부터는 AI가 피지컬 AI 형태로 구체화돼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테슬라가 올해 상반기 옵티머스 3세대를 공개하기로 했으며,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도 보행 및 균형감각을 강화한 로봇 ‘H1’ 등을 CES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특히 국내 제조사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AI 기술을 선도하고 중국은 로보틱스 등 피지컬이 발달했지만, 미중 관계의 특성상 양국은 협업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에 반도체와 가전, 자동차 등 AI가 사용될 여지가 높은 산업군에서 제조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주요 파트너로 부상한 것입니다.
국내 기업들로서도 상대적으로 뒤처진 AI 모델 부문에서 협력의 여지가 큰 만큼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미국은 AI 관련 기술이 발달됐고 한국은 제조업이 다양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적용될 수요처가 많다”며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 우리나라처럼 즉시 실증, 검증을 해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고, 우리나라는 피지컬 AI 등 AI 모델 관련 부분이 부족하다. 양측이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이명신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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