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미국과 대만이 상호관세율을 20%에서 15%로 낮추는 무역합의를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만 기업과 정부는 각각 2500억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와 신용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반도체 품목관세 면제를 약속받으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대만에 준하는 수준의 품목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확대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상무부는 15일(현시지각) 미국과 대만이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무역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만 기업들과 정부는 각각 2500억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와 신용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대만 기업들의 투자 금액인 2500억달러는 기존에 투자를 약정했던 1000억달러가 포함된 수치입니다.
특히 미국에 새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 중인 대만 기업은 해당 시설을 짓는 동안 생산능력 대비 최대 2.5배 품목관세를 면제받기로 했습니다.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물량에는 우대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생산시설 완공 이후에는 생산능력 대비 1.5배까지 품목관세를 내지 않고 미국으로 수입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협상의 핵심에는 대만 TSMC가 있습니다. TSMC가 반도체 공장 5개를 미국과 무역협정에 따라 추가 증설할 계획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TSMC의 (미국 생산) 규모가 두 배가 되는 것”이라며 “그들은 (애리조나) 부지에 인접한 수백만 에이커의 땅을 방금 매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 10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관세는 100%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관세 부과의 목적이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인 점을 시사한 겁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향후 반도체(반도체 제조 장비 포함)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에 제공되는 조건은 한국과 비슷한 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을 포괄하는 미래 합의에서 제시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 어떤 형태로 제시될지는 불확실해 구체적인 예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반도체 우대 관세를 받기 위해서는 향후 한미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조건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한국의 미국 내 투자금에 따라 관세율이 책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30년까지 총 370억달러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포고문을 통해 반도체 전반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는 기업에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통해 우대 관세를 적용한다고도 밝혔습니다.
결국 미국이 약속한 최혜국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추가 대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미국이 대만에게 계속해서 대미 투자를 추가로 요구를 했듯이 한국에도 같은 요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대만이 투자를 늘려서 대우를 받은 것처럼, 우리도 투자를 늘려야지만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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