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불안정한 중동 정세가 대한민국 경제·안보 상황에 직접적 충격파로 다가오면서, 우리 정부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이재명정부는 '100조원+알파(α)'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피해 업체 등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도 민생 물가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법행위 등에 대해 '강경 대응'할 예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상 가능한 문제 신속 대처"…개선책 마련도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상황 점검 및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지역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 안보 환경이 많이 악화되고 있다"며 "세계 각국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에너지 수급, 수출입 불안으로 경제 산업과 민생 전반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각 부처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예상 가능한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신속히 대처해 빠짐없이 또 세밀하게 추진해 나가야겠다"고 주문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식·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적극 대응키로 했습니다. 우선 '10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집행합니다. 이 대통령은 100조원 규모의 집행과 관련해 "혹시라도 주가를 직접 떠받치겠다는 의미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구조적 문제가 없는데 일시적 비정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교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자금시장과 채권시장에 대한 것이고, 증권시장 안정 개념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는데요. 유동성 안전판을 위한 집행이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에 집행하는 100조원 중 최대 37조6000억원은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자금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0조원이 포함됩니다. 이 대통령은 "옛날에는 주식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서 억지로 사기도 했는데 그런 건 하면 안 된다. 경제 체제를 제대로 바꾸고 정상 가격에 수렴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중동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해운·물류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신속하고 폭넓게 추진하라고 했습니다.
이번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에 따라 대한민국의 주가도 요동쳤는데요. 이 대통령은 급속 성장 중 '필요한 조정'의 시기로 판단했습니다. 그는 "전 세계 어떤 자본시장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정책적 조치나 입법 조치를 이번 기회에 속도를 내면 좋겠다"며 "우리 경제 소위 펀더멘탈이라고 하는 기초 체력은 계속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정책을 집행해 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서는 "원유, 가스, 나프타 등에 대한 긴급 수급 안정책과 수입처 다각화 방안을 신속히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오늘 오전 8시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약 13% 정도 에너지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며 "중동 외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우선구매권 행사 등 비상 매뉴얼을 철저히 준비하겠다. 필요시 비축유도 신속히 방출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에너지 수급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제유가 문제나 원유 조달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좀 더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송전망과 수도권 집중 완화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며 "지금은 전국 전기요금이 같아 생산 지역은 손해를 보고, 집중 사용 지역은 이익을 보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전기요금 차등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급 차질 없이 리터당 200원?…바가지 엄정 대응"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으로 인한 위기 고조에도 이를 악용하는 집단이 있다며 '무관용 원칙'을 꺼내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객관적으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주유소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이 급등했다"며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 국민 경제의 혼란을 조장해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갑자기 소비 가격 자체가 폭등하는 것은 국민들이 겪는 국가적 어려움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려는 태도다. 휘발유 가격에 바가지를 씌우는 행위에는 엄중 대응하라"고 했습니다.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2조를 보면 최고가격을 지정할 수 있고, 그 경우 부당이득 전액을 과징금으로 환수할 제도가 돼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이럴 때 기승을 부리는 가짜뉴스 유포나 시세 교란 같은 범죄행위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며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불안을 조장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것은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무관용 원칙'과 관련해 "빈말하지 않는다"며 엄중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X(엑스·옛 트위터)에 <주가조작했다가 세무조사·검찰 고발…'패가망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부당한 시스템에 의존해 그리고 정당한 정부 정책에 역행해 이익을 얻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이 정부의 1차 목표"라며 "규칙을 어겨 이익 보는 시대, 규칙을 지켜 손해 보는 시대는 갔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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