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ELS 과징금 대폭 감경…'감사원 타깃‘ 우려
2026-06-08 14:17:20 2026-06-08 14:49:27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를 불완전판매한 은행 등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향후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감원이 과징을 축소하려 하는 건 금융위원회 요구에 따른 것인데요. 제재 논리 일관성 등을 따져보면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4조→1조원 이하' 감경 논리 검증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주요 판매 은행들에 대한 홍콩ELS 과징금을 기존 약 1조4000억원 규모에서 6000억~7000억원 규모로 재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감원 안팎에선 홍콩ELS 과징금이 향후 감사 대상이 될 경우 왜 당초 산정액보다 대폭 낮아졌는지, 과거 유사 사건과 비교해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 등이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감원은 홍콩ELS 불완전판매 관련해 처음 산정한 과징금은 약 4조원이었습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과징금을 2조원으로 감경해 지난해 11월 은행권에 사전 통보했고, 지난 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다시 1조4000억원으로 낮췄습니다.
 
홍콩ELS 제재가 이례적인 이유는 금융위가 금감원이 올린 제재안을 돌려보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지난달 14일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법리 등을 보완해 달라며 제재안을 금감원에 반려한 바 있습니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입니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 규정은 피해 보상과 사후 수습 노력이 인정될 경우 기본 과징금의 최대 50%까지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감원은 은행 등 판매사들이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한 점 등 투자자 선보상 노력을 반영해 과징금 수위를 대폭 낮췄습니다. 금소법상 피해 구제 노력 등을 고려하면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할 수 있는 규정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나 납부 능력, 시장 안정성 등을 고려한 추가 감경은 감독 규정 적용을 넘어 정책 판단 영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요. 당국 안팎에서 금융위가 직접 판단해야 할 사안을 금감원이 떠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대상으로 금융소비자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감독 업무 실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과거 금융감독기구 운영 실태 감사 등을 통해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과 검사·제재 절차의 적정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왔습니다.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한 과징금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사모펀드때와 다른 잣대 '도마'
 
금융위는 금융위원장과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이 참여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입니다. 반면 금감원은 검사와 감독, 제재 집행을 담당하는 실무 기관입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경우 금융위가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1년여간 홍콩ELS 사태를 들여다본 만큼 금융위로서는 금감원이 재검토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봤을 수 있다"면서도 "금감원이 감독 규정상 감경 사유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인데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면 금융위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사태와 비교해 이번 감경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판매사의 내부통제 실패와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을 폭넓게 인정하며 강도 높은 제재를 추진했습니다. 일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문책경고, 직무정지 등 중징계가 내려졌고 기관경고 등도 병행됐습니다.
 
특히 당시 금감원은 당시 은행 등 판매사들이 사후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미흡이나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물론 홍콩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과거 사모펀드 사태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모펀드 사태는 사기성 운용과 부실 펀드 구조가 핵심이었고, 홍콩ELS는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설명 의무 위반 문제가 중심입니다.
 
다만 홍콩ELS 사태에서도 판매사의 자율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이 과징금 감경의 핵심 논거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감독·검사 규정 적용의 일관성, 감독 목적 달성 등이 도마에 오를 수 있습니다. 과징금이 왜 당초 산정액보다 대폭 낮아졌는지,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가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홍콩ELS 사태의 경우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 기조를 강화하면서 강조해 온 대표적 금융사고입니다. 은행권 판매 규모만 16조원이 넘었고 대규모 원금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사회적 파장도 컸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핵심 감독 기조로 내세우며 조직 개편과 검사·제재 강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감사원이 추후 감사 과정에서 금감원의 온정적 제재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옵니다. 과거 유사 사건과 비교했을 때 제재 강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감경 논리가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금감원 한 관계자는 "현재 과거 특정 기간의 감독 업무 실태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데 홍콩ELS 불완전판매 관련 감독 당국의 대처 등이 포함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진행형인 과징금 등 제재 적정성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 요구에 따라 홍콩ELS 관련 과징금을 대폭 감경할 경우 감사원이 제재 일관성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