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더 필요해”…엔비디아·K반도체 ‘동맹’ 강화
젠슨 황, 최태원과 6월 네 차례 회동
이재용과도 캘리포니아서 별도 만남
메모리 부족…‘슈퍼 을’ 삼성·SK하닉
2026-06-08 14:44:43 2026-06-08 15:07:43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4박5일 방한 일정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핵심 화두는 역시나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세 차례 만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재한 가운데서도 삼성전자 경영진과 일정을 잡는 등 K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모습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추진하는 등 수요 확대가 이어지는 만큼,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과의 ‘반도체 동맹’을 탄탄히 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8일 오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부터)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SK)
 
8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황 CEO는 이날 오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장기 기술 파트너십 체결 사실을 공개했으며, 이날 오후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장(부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습니다. 양사는 모두 AI 가속기 시장에서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요 메모리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사입니다.
 
메모리 제조사를 찾는 황 CEO의 분주한 행보는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전날(7일) SK그룹 경영진과의 ‘깐부 회동’에서 “더 많은 HBM(More HBM)!”이라고 외쳤고, 5일 최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와의 ‘삼겹살 회동’에서도 “모두가 HBM을 사랑한다(Every love HBM)”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방한 이전 대만 일정까지 포함하면 최 회장과는 이달에만 네 차례 만난 셈이며, 이 회장과도 별도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나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시장 패권 경쟁이 한창인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양사의 HBM 공급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도 HBM4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앙처리장치(CPU) ‘베라’에 탑재되는 소캠2(SOCAMM2) 등을 공급하며 AI 인프라 핵심 부품 공급망에서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황 CEO,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왼쪽부터). (사진=삼성전자)
 
메모리 수요 급증에 따라 양사가 ‘슈퍼 을’로 거듭나면서 수익 구조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탔던 반면, 최근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년간의 장기공급계약(LTA)을 맺는 쪽으로 거래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부 고객사와 다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빅테크 기업과의 다년 계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사는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 증설에 속도를 내는 한편,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의 신규 팹 M15X 생산능력 조기 극대화를 추진하는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추진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HBM4E 샘플을 업계 최초로 고객사에 납품한 데 이어, 지난 2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HBM5 실물 모형(목업)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등 HBM 기술 리더십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HBM을 중심으로 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과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계속해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만큼,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HBM4를 넘어서 5, 6, 계속해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도 한 번 접었던 HBM을 다시 시작해 격차를 좁힌 게 아니냐”며 “중국 등 경쟁사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기술적으로 더 나아가야 핵심 고객사를 붙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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