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생일에 '종전 합의'…트럼프식 '쇼맨십'
외교·스포츠 이벤트 동시 부각…이란 합의 성사 총력전
백악관에 세운 UFC…"대통령직 개인화·스포츠워싱 논란"
2026-06-15 15:32:43 2026-06-15 16:04:20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커지는 경계감에 따라 외교와 스포츠를 동시에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란과의 평화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낸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UFC를 통해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는 방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생일 발표 둘러싸고 미국·이란 '기싸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80세 생일인 14일(현지시간)  5시30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및 비핵화 관련 합의가 완료됐다고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합의가 이제 완료됐다"며 "전 세계 선박들이여 시동을 걸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이란과의 평화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한 것입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80세 생일에 맞춰 이란과의 평화협상을 전면에 내세운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포천>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날'을 언급하며 협상 타결을 강조한 것은 생일과 외교 성과를 결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시설을 공습하자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다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이란 측 관계자 2명을 인용, 이란 협상단이 테헤란 현지 시각으로 자정 이후 합의를 최종 확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양국 간에는 7시간30분의 시차가 존재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 그때 이란은 '15일 새벽 1시'였습니다. 양국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셈입니다.
 
사상 최초의 백악관 UFC 개최…'스포츠 워싱' 지적
 
같은 날 백악관에서는 또 다른 상징적 행사가 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UFC는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 대규모 경기장을 설치하고 종합격투기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행사장 중앙에는 높이 약 28m의 대형 철골 구조물인 '더 클로'가 세워졌고 수천 명의 관중이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UFC를 "지상 최고의 쇼"라고 부르며 행사 준비 단계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행사가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외신들은 보다 정치적인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UFC와 월드컵, 자동차 경주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잇달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를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홍보와 국가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설명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UFC 프리덤 250 종합격투기 대회를 앞두고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 엘립스에 주방위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특히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는 이번 백악관 UFC 대회를 '스포츠워싱' 사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워싱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통해 정치적 논란이나 인권 문제, 정책 실패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닉 와타나베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우리는 보통 독재국가나 산유국을 이야기할 때 스포츠워싱을 언급하지만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트럼프는 미국 건국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자신을 위치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위대하다는 사실과 자신이 그 위대함을 이끄는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가디언>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행사를 정치와 오락, 기업 마케팅이 결합한 상징적 사례로 평가했습니다. 백악관 잔디광장에 세워진 UFC 경기장을 두고 영화 '이디오크러시'를 연상시킨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프리덤 250' 기념주화가 행사와 함께 판매되고 있다는 점은 대통령직과 개인 브랜드, 상업적 이해관계가 결합된 사례"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UFC 경기장을 자신의 정치적 무대로 적극 활용해 왔습니다. 그는 재임 중 수차례 UFC 행사장을 찾아 관중들의 환호 속에 등장했고, 이 장면들은 소셜미디어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 협상과 UFC 행사를 같은 시기에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보다 하락한 상태입니다. 고물가와 강경한 이민정책, 중동 문제 등을 둘러싼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무당층과 중도층의 이탈 조짐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가디언>은 "UFC는 점점 트럼프 대통령이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전통 언론을 우회해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선거 유세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백악관 잔디광장에서 열린 UFC 대회는 대체 미디어의 부상, 정치와 스포츠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이는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정치와 오락, 권력이 결합한 미국 사회 변화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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