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국내는 지지부진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자산 중심 제도권 편입 확산
국내는 2단계법 논의 지연…지선 이후 입법 요구 커져
2026-06-16 15:23:30 2026-06-16 17:27:02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무게중심이 가격에서 인프라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빨라지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을 결제, 송금, 자산 유통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으로 국경 간 송금과 실시간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토큰화는 금, 주식, 예금 등 실물·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해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스미모토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 미즈호 등 3대 금융 그룹이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아시아 결제망에 활용하려는 구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가상자산 상품을 넘어 통화와 결제 인프라 경쟁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다국적 은행·금융서비스 기업 DBS가 실물 금을 토큰화해 개인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 1그램(g)을 토큰 1개와 연결해 모바일 앱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를 넘어 전통 금융상품 유통 방식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국제기구 및 주요 국가들도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커질 경우 국경 간 결제 효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동시에 달러 의존도 확대와 통화 주권 약화, 금융 안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런 이유로 주요국은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와 일본이 스테이블코인을 더 이상 실험 단계의 가상자산으로 보지 않고 지급 결제 인프라와 금융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규진 타이거 리서치 CEO는 "싱가포르는 지급결제법 체계 안에서 디지털 결제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관리해 왔다"며 "싱가포르 기반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들이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실제 유통 구조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던 일본도 스테이블코인 정책에서는 비교적 개방적 선택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는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입법 속도는 글로벌 흐름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규율은 2024년 7월 시행된 1단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은 불공정거래 규제와 거래소 이상거래 감시 등 이용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다만 발행·유통·사업자 규율·스테이블코인·법인 투자 등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2단계 법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 공백이 투자자 보호와 산업 성장 모두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로 꼽힙니다. 발행 주체, 허용 범위, 준비 자산, 상환 체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시장 구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도화가 지지부진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일부 쟁점에 전체 법안 논의가 묶여 있는 구조를 지적합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은 "가상자산 입법 방치는 단순히 투자자 보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 가상자산 산업 성장에도 근본적 걸림돌이 된다"며 "쟁점이 되는 부분은 뒤로 미루더라도 합의된 부분부터 선입법해야 사업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시장이 제도권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 회장은 지방선거 이후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극히 일부 쟁점 때문에 전체 법안 논의가 멈춰선 안 된다"며 "스테이블코인과 일반 디지털자산을 분리해서라도 가능한 범위부터 빠르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트코인 이미지. (자료=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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