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회복·서민상품 ‘바늘구멍’…보여주기식 포용금융
2026-06-25 16:07:54 2026-06-25 17:33:48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서민·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은행 상품들이 포용금융 시늉만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자격 요건을 갖추고도 심사에서 탈락해 가입을 하지 못하는 등 만만치 않은 문턱 때문인데요. 보여주기식 포용금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의 접근성과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자격 기준 까다롭다" 불만 속출 
 
2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은행의 서민·취약계층 지원 상품이 실제 심사 과정에서는 지원 대상 조건이 제한적이고 신용점수·소득·기존 부채 규모 등 심사 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농협은행은 신용 회복 절차를 밟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NH신용회복파트너론’을 출시했는데요. 최대 100만원을 연 7%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으로, 대출 만기는 2년이며 중도상환수수료는 없습니다. 농협은행은 이번 상품이 정책금융 보증상품이 아닌 자체 재원으로 공급하는 첫 신용 회복자 전용 대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신용회복 과정에서 기존 금융권 이용이 어려웠던 고객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신용 회복 절차를 진행 중인 A씨는 "신용 회복자를 위한 상품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막상 조건을 확인해 보니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었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라고 하지만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해당 상품은 신용 회복 채권에 농협 채권이 포함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는 등 조건이 붙어 있어, 일부 소비자들은 "지원 대상을 넓히기보다 실적을 보여주기 위한 상품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중저신용자 대상 상품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나옵니다. 우리은행 ‘원드림대출’은 금융 취약계층 지원 상품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일부 신청자는 자격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내부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글이 금융 커뮤니티를 통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신청한 B씨는 "상품 설명만 보면 기존 대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일반 신용대출과 다르지 않게 신용점수와 부채 상황을 모두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지원 상품이라고 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상환 능력 검증 없는 대출 확대는 또 다른 부실을 초래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포용금융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건전성 심사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인데요. 정부가 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하며 은행권에 실적 경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들은 부실 우려 때문에 심사 문턱을 유지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새희망홀씨 공급 목표 확대,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상향, 2금융권 대환대출 확대 등 포용금융 정책을 잇달아 주문했는데요.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포용금융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은행들도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건전성 문제 때문에 대출 심사를 완화하기 어렵다"며 "결국 상품은 출시됐지만 승인 대상은 제한적인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 건전성·소비자 접근성' 접점 찾아야
 
은행권이 건전성 부담 속에서도 포용금융을 확대하는 것은 정부 기조가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금융권을 향해 금융의 공적 역할 강화를 주문하며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같은 시기 은행이 국가의 인허가와 공적 안전망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포용적 금융 대전환'을 추진하며 금융 접근성 확대와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은행별 포용금융 실적을 평가하고 실적이 미흡한 금융사에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부담을 높이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금융권 역할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당국이 포용금융 확대를 압박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와 별개로 정책 이행 성과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중은행들의 건전성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60%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3월 말(0.62%)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작년 말(0.57%)보다 0.03%p 상승했고, 전년 동기(0.59%) 대비로도 0.01%p 올랐습니다.
 
부실채권 규모도 증가했습니다. 3월 말 기준 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계여신 3조3000억원, 신용카드 채권 3000억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실채권은 1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6조6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포용금융이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품 출시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부실 발생 시 책임 문제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용금융 상품도 결국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신용 거래와 상환 가능성에 대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가 좋은 조건의 상품 출시를 주문하더라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실 위험과 책임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절차를 간소화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완화는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결국 접근성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맞추면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 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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