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부, '카드포인트’로 난민생계비 지급 방침…난민 "월세는 어떻게 내나요?"
법무부 "9월부터 생계비는 카드포인트로 지급키로"
"금융서비스 이용 접근성 높여…목적 외 사용 제한"
난민·시민단체, 법무부 대한 '탁상행정' 비판 이어져
"생계비 부족해 지인한테 빌리기도…생활방식 제약"
2026-07-07 16:08:03 2026-07-07 16:24:47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의 생계비를 현금이 아닌 카드 포인트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일각에선 난민들의 생활 양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난민 신청자의 경우 신청 후 6개월 동안 취업이 금지돼 정부에서 주는 생계비를 사실상 유일한 소득원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월세는 물론 공과금, 식비 등을 모두 생계비로 충당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을 돕겠다는 정부가 정작 현금 인출과 송금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놔 결과적으로 난민 신청자들의 한국 정착을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겁니다.
 
예멘인 난민 신청자들이 2018년 9월14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1년간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는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9월부터 난민 신청자 생계비를 카드 포인트로 지급한다"고 했습니다. 법무부는 "그동안 난민 신청자는 은행 계좌 및 카드 발급이 쉽지 않아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었고, 생계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사용처 확인이 어려워 목적 외 사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서 "생계비가 카드 포인트 방식으로 지급됨에 따라 제도 운영의 투명성도 높아질 걸로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법무부는 우선 올해 12월까지는 기존 현금 지급과 카드 포인트 지급을 병행한 뒤, 2027년부터는 카드 포인트 지급으로 일원화할 계획입니다. 법무부 설명에 따르면 지급된 생계비는 식품류, 의류, 생필품 등으로 사용이 제한됩니다. 유흥·사행 업종에서의 사용이나 현금 인출 및 송금 등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법무부의 기대와 결이 많이 달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6일 만난 난민 신청자 A(예멘인, 41)씨,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센터장 등은 당황스럽다는 반응부터 보였습니다. 난민 신청자에게 생계비는 사실상 유일한 소득원입니다. 그런데 이걸 카드 포인트로 지급하면 현금 지출이 필요한 특수한 영역에선 사실상 돈을 전혀 쓰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A씨는 전쟁 중인 고국에 돌아갈 수 없어 지난 2월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3월 정부에 생계비를 신청했고, 4월부터는 생계비를 받고 있습니다. 난민 신청자에게 지급되는 생계비 액수는 가구 규모별로 정해지는데 세 명의 아이를 양육하는 A씨는 4인 가구로 인정돼 한 달 약 153만원을 받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입니다. 
 
A씨는 "생계비 가운데 50만원 정도는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로 송금한다"며 "카드 포인트로 생계비가 지급될 경우 월세나 전기세, 가스비 등 공과금을 어떻게 내야 하느냐"고 우려했습니다. 
 
A씨는 지금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생계비가 카드 포인트로만 지급되면 자녀를 둔 난민 신청자들은 아이에게 용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는 '생계비를 고국으로 송금하는 등 원래 용도와 달리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저으며 "생계비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생활하기에도 너무 적은 돈"이라며 "식사의 경우 친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부족한 생활비는 지인들에게 빌려서 메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센터장도 "정부가 생계비의 사용 방식을 좁은 방식으로 제한하는 건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무슬림 전통 의상인 '아바야'(Abaya, 여성들이 입는 긴 드레스 형식의 옷)나 그 나라 식재료의 경우는 우리나라 일반 매장에서 팔지 않는다. 결국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현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것들도 다 막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난민 신청자 중 은행 계좌를 만들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정부가 생계비 지급 대상자임을 보증하는 공문 한 장만 금융기관에 발급해 주면 계좌 개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난민 신청자의 금융 접근성 개선은 카드 포인트 도입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전향적인 행정 조치만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말입니다.
 
한편, 한국이주인권센터와 난민인권센터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지난달 29일 법무부에 정책 설명을 요구하면서 "개인별 생활환경과 금융 접근성 역시 상이하므로, 특정 지급 방식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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