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SK하이닉스가 신입에 이어 경력직 공개채용에 나서자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모집 분야는 54개 직무에 걸쳐 있지만 업계의 관심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 등 반도체 핵심 인력 이동에 쏠립니다. 역대 최대 실적과 성과급이 예고된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인재 영입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SK하이닉스 채용 공고에 산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챗GPT)
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는 최근 신입·경력직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학력 제한을 전면 철폐하며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 채용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경력직 채용도 시작했습니다. 모집 분야는 반도체 설계·공정은 물론 AI와 소프트웨어, 제조기술, 품질, IT, 경영지원 등 54개 직무에 이릅니다. AI 메모리 투자 확대에 맞춰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생산과 지원 조직까지 전방위적으로 인력을 보강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채용 범위는 회사 전반으로 확대됐지만 업계의 시선은 단연 HBM 등 반도체 핵심 인력 확보에 집중됩니다. AI 메모리 호황으로 HBM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설계와 공정, 패키징 등 숙련 엔지니어 확보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업계에서도 핵심 인력 이동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하이닉스 가면 현금을 화끈하게 준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좋은 처우를 찾아 움직이려는 분위기가 일부 생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사업부별 분위기 차이도 감지됩니다. 메모리사업부는 SK하이닉스와 보상 수준 차이가 크지 않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인 반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는 SK하이닉스 채용 공고가 나올 때마다 지원을 고민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
삼성전자(005930) 직원은 “같은 HBM 제품을 개발해도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성과급 차이가 크다"며 “메모리사업부는 '무조건 이직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에서는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지원을 고민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특정 조직에서 40명 안팎이 한꺼번에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내부에서 나온다”면서 “사업부 간 이동(잡포스팅)도 사실상 막히면서 하이닉스 채용을 기다리는 직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공격적인 채용과 함께 기존 인력을 붙잡는 데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국내 사업장 기준 자발적 이직률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핵심 실무 인력이 몰린 30~49세 구간의 자발적 이직률은 0.4%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작년 신입 사원의 초임이 450만 5000원에 달하는 등 높은 초임과 성과 보상 체계가 낮은 이직률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합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채용을 곧바로 대규모 인재 유출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삼성 내부에서도 사업부와 직무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 만큼 일부 현상을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 속에서 더 좋은 처우와 성장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인간의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며 “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놓고 경쟁하는 것 자체는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단기적인 보상만 좇는 ‘머니 무브’보다는 산업의 성장성과 개인의 커리어를 함께 고민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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