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포모’(FOMO)의 시대,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남기
2026-07-14 06:00:00 2026-07-14 06:00:00
“세상이 온통 주식 얘기만 하는 것 같아요. 동료들이 점심시간마다 어떤 종목이 몇 퍼센트 올랐네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저만 뒤처지는 것 같아 일에 집중이 안 돼요.”
 
최근 모임에서 한 후배가 털어놓은 고백이다. 주식을 하지 않는 자신이 낙오자가 된 것 같다는 말에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둘만 모이면 주식 이야기다. 특정 기술주나 ETF(상장지수펀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쏟아질 때마다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불안감,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그런데 이 불안의 뿌리에는 소셜 미디어가 있다. 사람들은 SNS에 자신의 가장 빛나는 순간만 올린다. 우리는 타인의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조급해진다. 문제는 이 불안이 주식시장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인지, 나만 엉뚱한 곳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FOMO는 어느새 우리의 일터와 커리어 깊숙이 파고들었다. 과거의 직장은 예측 가능한 공간이었다. 성실히 연차를 쌓으면 승진과 보상이 따라왔고 경쟁은 조직 내부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비교의 범위는 무한대로 넓어졌고, SNS 속 타인의 하이라이트가 24시간 손안으로 들어온다. 그 화면 속 누군가의 성공이 어느새 내 일상을 초라하게 만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커머스 업계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면담했던 한 팀장이 떠오른다. 동기들이 신규 프로젝트나 전사적 CRM(고객관계관리) 도입 같은 화려한 TF(태스크포스)에 차출될 때, 자신은 매일 반복되는 물류 효율화와 데이터 관리만 맡고 있다며 무기력해졌다고 했다. 비용을 개선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고, 눈에 보이는 마케팅 성과가 부럽다고 했다. 전형적인 커리어 FOMO였다. 그에게 물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분야에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내 전문 분야도 아닌 화려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팀장님의 가치를 증명할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 환경이 바뀌었다. 유동성이 줄고 실질적인 이익이 중요해지자 성과를 검증하기 어려운 일부 마케팅 예산은 축소되었고, 조직의 이익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묵묵히 물류 현장의 비효율을 파고들며 자신만의 해결 프로세스를 구축한 바로 그 팀장이었다. 그는 결국 해당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로 인정받아 타 회사 물류 임원으로 스카우트되었다. 커리어의 성공은 타인의 하이라이트를 쫓는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시장의 소음을 차단하고 내게 의미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해나가는 뚝심이 더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그 팀장이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타인의 기준을 좇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포모’(FOMO)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이미지=챗GPT)
 
그렇다면 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유리할까. 이커머스 호황기에 개발자 부족으로 몸값이 치솟자 많은 이들이 코딩을 배웠지만, 최근 AI의 코딩 역량이 높아지면서 주니어 개발자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직업으로 주목받았던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도 시장 변화 속에서 빠르게 일반화되고 있다. 직업의 유행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한다. 타인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그 기준을 따라간다 해도, 내가 즐겁게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유행이라는 이유로 좇다가 기본을 다지는 과정을 생략하는 순간, 커리어는 더 쉽게 흔들린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어렵고 지루한 구간을 버티는 힘이 다르고, 그 과정에서 쌓인 내공은 유행이 바뀌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변동성이 큰 시대일수록 타인의 기준보다 나만의 기준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 롱런하는 커리어는 타인과의 비교 우위로 결정되지 않는다. SNS 속 누군가의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영역에서 오늘 마주한 문제를 얼마나 더 깊이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 위에 성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그것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의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다. 회사는 커리어의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다. 결국 그곳에서 쌓아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은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과 성장이다.
 
송승선 커리어 작가, 『무경계 인간 호모 옴니쿠스』 저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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