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상장 관리 규제가 강화되면서 코스닥 기업들이 잇따라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 기업에 대한 심사 문턱이 높아지고 투자심리도 얼어붙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키면서 신사업을 끊임없이 개척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거래소발 규제 한파 속에서도 실속을 다지는 코스닥 기업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안양=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미생물 진단 전문 기업
세니젠(188260)이 진단을 넘어 신약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엔도라이신 기반 항생제 내성균 치료제 개발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본사에서 만난 박정웅 세니젠 대표는 "기술 기반으로 치료제 시장으로 넘어가려고 한다"며 "대규모 자본 조달을 바탕으로 바이오 신약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정웅 세니젠 대표가 지난 24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본사에서 신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진단·분석·제어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2005년 설립된 세니젠은 미생물 진단, 분석, 제어 및 치료 등 전주기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생물 통합 솔루션 전문기업입니다. 미생물 제어 사업으로 출발해 2016년 미생물 진단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식품 안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23년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세니젠의 핵심 경쟁력은 진단키트의 조합력입니다. 세니젠이 보유한 진단키트는 300종이 넘습니다. 세니젠은 그동안 확보한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사들이 원하는 조합으로 진단키트를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고객 락인 효과로 진단키트 매출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진단 패널은 한 번에 384개 시료에서 16종의 식중독균을 검출하는 기술로 유럽, 일본에서 특허를 받았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키트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인증을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획득했습니다. 현재 세니젠의 매출 비중은 진단키트 50%, 제어 30%, 유전체 분석 20% 수준입니다.
지난 5월 세니젠은 지씨파트너스를 새 최대주주로 맞이하며 15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조달한 자금 상당액은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과 해외 네트워크 확충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수출과 바이오 네트워크가 부족했는데 지씨파트너스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2분기부터 실적도 확연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식중독 원인 세균·바이러스 함께 검사…국방부 납품 예정
세니젠은 국방부 산하 전북국방벤처센터의 지자체 개발비 지원사업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군 단체급식 현장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장출혈성대장균, 노로바이러스를 하나의 튜브로 동시에 진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입니다. 그동안 세균은 유전물질이 DNA, 바이러스는 RNA로 구성돼 두 종류를 함께 검사하면 시약끼리 간섭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균과 바이러스는 분리해 검사해야 했는데요.
세니젠은 다중분자진단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해 4시간 안에 세 가지 병원체를 동시에 가려내는 현장형 진단을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기초 기술은 이미 개발했고 내년쯤 제품이 납품될 것"이라며 "아침에 식자재를 검사하면 점심 식사 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세니젠은 민간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국방부 등 공공조달 시장으로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다음 승부수는 '엔도라이신' 신약
세니젠이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분야는 엔도라이신을 활용한 항생제 내성균 치료제입니다. 엔도라이신은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의 세포벽을 뚫을 때 쓰는 효소입니다. 항생제는 세균의 대사 과정을 막아 죽이는 방식이어서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내성을 갖기 쉽습니다. 반면 엔도라이신은 세포벽에 물리적으로 구멍을 내는 방식이어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낮습니다.
박 대표는 "예전에는 하수처리장 시료에서 효과 좋은 바이러스를 찾아 엔도라이신을 분리했는데 성공 확률이 낮았다"며 "지금은 AI로 세포벽에 잘 붙는 단백질 구조와 뚫는 단백질 구조를 설계해 합성하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적도 완만하게나마 개선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세니젠은 지난해 매출 154억원 영업손실 4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3억원, 영업손실 9억원으로 부진이 이어졌지만 2분기 들어 매출이 늘고 영업손실 폭은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지금 추세라면 3~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은 턴어라운드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양=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