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석열정부, 이태원참사 직후 "희생자 사연 발굴해 홍보…정부 보듬는 방향으로"
이태원참사로 159명 사망…중대본, 여론 대응 논리 골몰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바꾸자는 제안도
2026-07-31 18:10:01 2026-07-31 18:10:01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윤석열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 나흘 뒤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희생자들의 개별 사연을 발굴해 '정부가 피해자를 보듬는 이미지'로 홍보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등 여론 대응에만 골몰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022년 10월3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뉴스토마토>가 이해식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행정안전부 실지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나흘 뒤인 2022년 11월2일 열린 중대본 제2차 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고 대응 및 수습과 관련한 정부 대응을 '원보이스(One-Voice)'로 통일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컨트롤 타워가 돼 적극 대응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참사 현장에) 경찰의 투입이 평소보다 증가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 야당(민주당)에서의 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상자의 개별적인 사연을 발굴해 정부에서 보듬어 나가는 방향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참사를 단순 사고로 축소하려고 했던 정황도 보입니다. 참사 이튿날인 2022년 10월30일 열린 중대본 제1차 회의에선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바꿔 쓰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당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가해자가 없는 이번 사고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희생자 등을 사망자·사상자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도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원인이 확인될 때까지 '이태원 사고'로 변경할 것을 건의한다"고 동의를 표시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이태원참사 특조위의 행안부 실지조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특조위는 당시 관련 부서 직원 7명이 사용한 업무용 컴퓨터에서 전자결재·메모보고 등 자료 36건과 함께 중대본 제1~5차 회의록 원본을 확보해 조사했습니다. 
 
특조위는 참사 직후 윤석열정부가 수습과 원인 규명보다는 '정부 홍보'와 '여론 대응'을 대표 안건으로 논의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조위 관계자는 "'사상자의 사연을 발굴한다'는 표현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비극적인 사연을 정부의 정치적 홍보에 활용하려 한 취지로 해석된다"며 "참사 직후 국가가 홍보 거리를 찾으려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도 "참사로 인해 생존자와 유가족이 극심한 충격을 겪던 시기에 이들의 사연을 홍보 대상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윤석열정부는 당시 유가족에게 공식 브리핑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회의에선 홍보 방안을 먼저 논의했다. 피해자 지원을 알리기 위한 홍보라기보다 정부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홍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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