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퇴출 논란)③이광재 "과속 잡더라도 자동차 없애지는 말아야"
"개별 기업 경영 실패 아닌 코스닥 시장 기능 고장"
정부 예탁금 상향 정책, 중소형주 매도 부작용 낳아
거래 속도 낮추는 방안 제안…30분 단위 매매·3단계 경보·계좌 통합 감시
2026-08-09 13:00:36 2026-08-09 15:15:57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과속이 문제라면 과속을 잡아야 한다. 자동차를 없애서는 안 된다."
 
이광재 민주당 국회의원. (사진=이광재 의원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코스닥 시장을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하며 투기와 비정상 거래라는 과속은 잡더라도 혁신 기업과 시장이라는 자동차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투기는 걸러내되 혁신기업이 자금을 조달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는 지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의원은 9일 <뉴스토마토>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재 코스닥 시장의 위기를 단순한 주가 하락이 아닌 시장 기능 자체의 고장으로 진단했습니다. 이 의원은 "장기 투자자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가치평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며 "미래 신산업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자금 조달을 수행하는 토양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기업의 수출이 늘고 연구·개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데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것입니다.
 
"시장 구조의 실패"…정부 예탁금 상향 정책에 쓴소리
 
이 의원이 주목한 대목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 동시다발적 급락입니다. 이 의원은 "바이오, 인공지능, 로봇, 우주항공처럼 서로 무관한 업종의 주가가 동시에 떨어진 것은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가 아닌 시장 구조의 실패"라고 봤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 초단기 베팅 상품에 시중 자금이 빨려 들어가면서 장기 투자 자금은 빠르게 말라갔습니다.
 
이에 정부도 대책을 내놨지만 대책의 방향이 어긋났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를 '놀이공원 입장료 인상'에 비유했습니다. 입장 이후 벌어지는 일은 그대로 둔 채 입구만 좁혔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예탁금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해서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꼬집었습니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중소형 주식을 대거 매도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불을 끄려다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시총 반토막·채용 중단·스톡옵션 종잇조각…코스닥 현장의 비명
 
3년간 재무제표와 연구개발 자료를 분석해 바이오, 이차전지 기업에 투자한 한 개인 장기투자자는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70% 넘게 떨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투자한 기업의 연구·개발은 계속됐고, 수출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10년간 의료용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온 한 중소기업 대표는 시가총액이 반 토막 나면서 신규 채용을 중단했습니다. 해외 투자 유치도 보류됐습니다. 기술은 그대로인데 시장의 평가만 무너진 셈입니다.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택한 한 연구원은 스톡옵션을 받으며 입사했으나 주가가 폭락하면서 스톡옵션이 종잇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 연구원은 월급이 적더라도 회사를 성장시켜 스톡옵션을 통한 내집 장만의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현재는 미래가 아니라 내일이 불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가총액 기준 적용 유예해야"…30분 단위 매매·3단계 경보·계좌 통합 감시 제안
 
이 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시가총액 기준만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경우 우량 혁신기업까지 억울하게 퇴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시장 전체가 자금 가뭄으로 흔들리는 상황을 외부 충격이 아닌 개별 기업의 부실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입니다.
 
이 의원이 내놓은 해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상장 퇴출 심사 기준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는 시가총액 기준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연구·개발 투자 규모, 특허 보유 현황, 매출 증가율, 고용 창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심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당기순이익 같은 단기 재무 숫자에 의존하는 제조업 방식의 잣대가 아닌 미래 가능성을 종합 합산·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바이오, 반도체, 로봇 같은 국가전략산업 관련 기업의 경우 적자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심사 기준과 시장 안정화 장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거래 속도 자체를 낮추는 방안입니다. 이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에 실시간 매매 대신 3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체결하는 방식을 도입해 초단기 매매를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동일 종목을 추종하는 상품군 전체의 회전율과 거래대금을 합산해 주의, 경고, 위험 등 3단계로 나눠 경보하는 제도를 도입해 투기 상품군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장 마감 직전 기계적 대량 매매를 이용한 예측 매매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실소유자 기준 계좌 통합 감시와 통계 공개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 의원은 "코스닥은 단순한 주식시장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워내는 토양"이라며 "혁신기업이 자금을 조달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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