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야권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며 헌법개정안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협조를 얻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개헌안 의결을 위한 매직넘버는 10표+알파(α)가 필요합니다.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연임 포기 선언을 개헌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진정성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 해소와 물밑 개헌 추진에 대한 반발까지 겹치는 상황입니다.
야권, 연일 "연임 포기" 압박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개헌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나는 연임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하라"며 "대통령 스스로 이번 개헌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개헌에 대한 국민적 의심을 걷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과 지난달 초 '골프 회동'을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박덕흠·윤재옥·송언석 의원 등이 이 대통령과 골프를 쳤습니다. 이들 대부분 개헌에 찬성하거나 당 개헌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는 이유는 개헌에 필요한 찬성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재적의원 299명 중 개헌 요건인 200명의 찬성을 얻기 위해선 국민의힘에서 적어도 10~12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합니다.
관건은 이 대통령의 연임 포기 선언입니다. 헌법 제128조에 따르면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고유 권력과 거대 여당을 이용해 충분히 연임을 노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 말 바꾸기가 특기요, 뻔뻔함이 무기다. 그런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 순순히 믿는 순진한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라며 "이 대통령이 연임 독재의 꿈을 버리지 않는 한,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일갈했습니다.
개혁신당도 지난 5월 한 차례 개헌 논의에 참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이 대통령에겐 연임의 유혹이 넘쳐난다"며 "국민을 믿게 하려면 '나는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 개헌이라는 명분 뒤에 권력 연장의 가능성을 숨겨놓고 국민을 눈속임하려 들지 마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헌법개정안 추진을 위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연달아 골프 회동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바라보는 이 대통령 모습. (사진=뉴시스)
장동혁, '물밑 회동'에 심기 불편
연임 포기 선언을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개헌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4년 중임제 개헌을 약속한 이 대통령의 속내는 본인 사법 리스크 해소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재판 재개, 공소취소 불가 등 조치가 선행돼야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모든 권력과 권한을 통해 자기 재판을 피하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개헌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반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과 야당 중진 의원 몇 명의 물밑 회동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당내에서 감지됩니다. 장 대표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야당과 국정 운영을 논의하고 싶다면, 떳떳하게 영수 회담을 하면 될 일"이라며 "한가롭게 야당 의원 불러다 골프채 휘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이 대통령에게 진정성이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 꼼수에 넘어가는 의원들에 대한 배신감, 허탈감이 당원과 원내 의원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듯 골프 회동 멤버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재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야 합의 없는 개헌 추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민생 파탄으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지금은 개헌 추진은 물로 개헌 논의를 할 때도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개헌 논의 협조가 아닌 대여 공세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 정권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개헌 의제를 수면 위로 올렸던 점을 비춰보면 현 정권이 스스로 위기임을 시인한 꼴이라는 분석입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집권 1년을 겨우 지났는데 개헌 카드를 던진다는 건 역설적으로 집권당의 위기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당장 워낙 부동산, 세금 문제 등 국민의 삶의 현장을 야당이 지켜야 할 때"라고 짚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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