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미국 관세와 중국 완성차업체의 공세, 전동화 전환이라는 ‘삼중고’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신차 100종 이상을 쏟아내고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중장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상향하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미국발 관세 압박과 중국 완성차업체의 공세, 전동화 전환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약 7891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함께 결정하면서 본업 경쟁력을 재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2026년 CEO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과 이승조 재경본부장(CFO) 등이 참석해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최대 화두는 자사주 소각과 신차 출시,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 전략 비전의 구체적 청사진 등이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자사주 250만주 소각…7891억 규모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29만1274주와 종류주 121만4332주 등 총 250만5606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수를 직접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함께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배당 확대보다 즉각적인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꼽힙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경영 환경이 불안하고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기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계속 이행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현대차가 대규모 소각을 결정한 배경에는 중장기 실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여전한 데다, 중국차의 공습, 전기차 케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의 어려운 조건에서 주주환원에 나선 것은 현대차 경쟁력의 방증이라는 평가입니다.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5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차는 이날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상향하며 소각 결정에 힘을 실었습니다.
30년까지 신차 100종 이상 출시
현대차는 2030년까지 완전변경·부분변경 모델과 파생 모델을 합쳐 100종 이상의 신차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는 제네시스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GV80 하이브리드를 국내와 미국에 동시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선보입니다. 현대차의 스테디셀러인 투싼과 투싼 하이브리드 역시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개 이상 차종은 기존에 없던 신규 세그먼트에서 나오는 완전 신차입니다.
생산능력 확충 계획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북미에서 50만대, 인도에서 32만대, 국내에서 20만대, 반조립(CKD) 생산에서 25만대를 각각 늘려 총 127만대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500만대 수준인 글로벌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증설입니다.
지역별 전략도 세분화됐습니다. 북미에서는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HEV 신차 10종을 투입해 HEV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싼타페 EREV를 미국 시장에 투입합니다. 유럽에서는 2030년까지 EV 판매를 42만대로 늘리며, 유럽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3는 다음달 정식 출시됩니다. 인도에서는 SUV 판매 비중을 80%까지 확대하고 현지 전략형 SUV를 신규 투입하는 한편, 부품 현지화율 90% 이상을 달성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비중도 최대 3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중국에서는 내년 소형 SUV EV와 준중형 EV·EREV 겸용 모델 등 신차 2종을 출시하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아이오닉 중국법인은 2030년까지 판매량을 50만대로 늘린다는 목표입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CEO·사장)가 26일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국내 생산기지는 제조혁신의 거점으로 육성됩니다. 울산 EV 신공장은 AI 기반 품질관리·검사 체계를 도입하고 첨단생산기술 108개를 새로 적용해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으로 운영되며, 울산 1공장과 4공장은 내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갑니다. 지난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제네시스는 최근 GV90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 유럽과 인도 아세안(ASEAN) 시장 등까지 확장해 2030년까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3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피지컬 AI, 경쟁사보다 빠르게”
이날 행사의 최대 화두는 단연 피지컬 AI였습니다. 무뇨스 사장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움직여서 로보틱스의 대량 생산 및 배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로보틱스 상용화의 핵심 거점으로는 최근 가동을 시작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가 미국 조지아주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마련됐습니다. 이곳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로봇을 실제 공장 환경에서 생산 라인에 투입하기 전 검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관련 규모는 올해 말까지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미국 내 로보틱스 제조 시설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생산은 2028년부터 시작해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며, 세계 최초의 대규모 상업용 로봇 제조 시설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초기 물량 2만5000대는 이미 확정됐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미 스팟과 스트레치를 양산하고 있으며, 곧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대량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박민우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가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SDV와 자율주행 부문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미래 사업 부문에서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축으로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와 자율주행 경쟁력 강화에 나섭니다. 4분기에는 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웨이모에 공급하며, 2028년부터는 HMGMA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실제 배치해 제조 AI 로보틱스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높입니다. 자율주행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9년부터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도 가동에 들어갑니다. 이 데이터센터는 100메가와트(MW)급 규모로 5만장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무뇨스 사장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로봇과 로보택시를 생산·배치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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