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은 어떻게 세계를 뚫었나]①폴란드서 중동 거쳐 미국까지…4년 만에 달라진 위상
미 육군 사업 첫 진입…70여년 만의 쾌거
폴란드 ‘잭팟’ 이후…유럽서 브랜드 입지 ↑
빠른 납기·성능·현지화 전략…계약 잇따라
전차·자주포에 방공체계까지…품목·시장 ↑
2026-08-25 17:18:16 2026-08-25 17:27:50
폴란드에서 시작된 K방산의 질주가 유럽과 중동을 거쳐 미국까지 닿았습니다. 과거 세계 방산 시장의 변방에 머물던 한국은 이제 전통 방산 강국들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K방산의 도약을 만들었고, 지금의 기회를 ‘방산 4대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 성취와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_편집자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과거에는 미국 무기를 도입해 자주국방 역량을 키우던 한국이 이제는 미국 육군에 자체 개발 무기체계를 공급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K방산의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미국은 사실상 세계 방산 시장 그 자체이자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다. 미국에서 선택받았다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에서 일종의 ‘보증수표’로 작용할 수 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
 
미 육군 기동전술포(MTC) 시제품 사업 수주에 성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차륜형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군도 선택한 한국산 무기…“격세지감”
 
K방산 인베이전. K방산이 군산복합체로 대변되는 미국 시장에 납품을 하게 된 것은, 마치 ‘침공’에 비견될 만합니다. 미 육군은 기술전술포(MTC) 시제품 공급업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를 지난 18일 선정했습니다. 국내 방산 기업이 자체 개발한 완성 무기체계로 미 육군 공식 획득 사업의 시제품 공급업체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6·25전쟁 당시 미국의 포병 지원을 받던 한국이 70여년 만에 미국의 차세대 포병 체계 현대화 사업에 공급자로 참여하게 된 셈입니다.
 
K방산의 달라진 위상은 이미 3년 전 유럽에서 그 조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MSPO에는 미국 에이브람스, 한국 K2, 독일 레오파르트 전차가 나란히 전시됐습니다. 에이브람스는 1980년대부터 세계 최강 미군의 주력 전차로 운용되며 수십 년간 실전 경험을 쌓아온 대표적 전차고, 레오파르트는 독일을 비롯한 20여개국에서 3500대 이상 운용될 만큼 가장 널리 채택된 서방 탱크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오랜 실전 경험과 압도적인 운용·수출 실적을 쌓아온 미국·독일의 주력 전차 사이에 폴란드가 갓 도입한 K2가 함께 선 것입니다.
 
당시 MSPO에 다녀온 업계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는 K2를 설명하는 폴란드군 관계자가 쉴 틈이 없을 정도로 관람객이 몰렸다”며 “K2는 현지에 실물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후 매년 MSPO를 가보면 K2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늘었고, 이제는 대부분 알아볼 정도로 인지도가 달라진 것을 체감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2023년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제31회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전시장 외부에 미국 에이브람스 전차, K2 전차, 독일 레오파드 전차(오른쪽부터)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사진=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전쟁이 문 열고 ‘삼박자’로 후속 수주
 
이 같은 변화의 출발점은 2022년 폴란드 대규모 수출이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인접국 폴란드는 단기간에 군 전력을 확충해야 했고, 이를 위해 빠른 납기가 가능한 한국산 무기를 대규모로 수입했습니다. 그해 한국의 방산 수출 수주액은 약 17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까지 연평균 약 30억달러 수준이었던 수주액이 불과 2년 사이 다섯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입니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해외에 전차를 한 대도 수출하지 못했는데 2022년 폴란드 K2 계약이 사실상 첫 국산 완성전차 수출”이라며 “대규모 물량이었다는 점에서도 우리 방산 수출사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폴란드 대규모 계약의 직접적인 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지만, 이후 후속 수주까지 이어진 배경에는 한국산 무기 자체의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품질과 빠른 납기, 현지화를 주요 강점으로 꼽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속도였습니다. 폴란드는 2022년 8월 K2·K9 1차 실행계약을 체결한 뒤 약 4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첫 K2 10대와 K9 24문을 인도받았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의 무기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난 상황에서 이미 가동 중인 양산 라인을 갖춘 한국의 생산능력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미국산 무기와 호환이 된다는 점도 매력이었습니다. 한국군에서 대량 운용되며 양산 체계와 운용 경험을 축적해 온 K2·K9과 함께 FA-50 역시 폴란드가 운용하는 F-16 등 미국산 전투기와 연계해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당시 폴란드 국방장관이 “한국산 장비가 현대적이고 미국산 장비와 호환된다”고 강조한 배경입니다.
 
공군8146부대에서 작전요원들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발사대를 직립시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지화 전략도 차별점이었습니다. 한국 업체들은 단순히 완제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정비·유지보수 체계 구축, 기술이전 등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당장 부족한 무기를 빠르게 공급받으면서 장기적으로 자국 방위산업 기반까지 키우려는 구매국의 요구와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대부분의 무기가 고가이다 보니 가격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는 점입니다. 2022년 폴란드의 K2 180대 계약은 4조4992억원 규모로 단순 환산하면 대당 약 250억원 수준입니다. 각 계약마다 탄약과 훈련, 군수지원 등 포함 범위가 달라 직접적인 가격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유럽·미국산 경쟁 전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5~20% 정도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차는 산악지형과 하천이 많은 한반도에서 운용되는 것을 전제로 개발돼 험지 기동성과 도하 능력 등을 오랜 기간 검증해 왔다”며 “당시 독일 레오파르트 등 유럽산 전차는 급증한 수요를 단기간에 맞출 생산 여력이 부족했던 반면 한국은 빠른 납기와 가격경쟁력, 현지생산·기술이전까지 함께 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폴란드가 일회성 수출처로 남지 않고 글로벌 방산 시장 교두보가 된 까닭입니다. K9과 천무 등의 후속 계약이 이어졌고 지난해에는 K2 180대를 추가 도입하는 2차 실행계약도 체결했습니다. 폴란드에서 확보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루마니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한국산 무기 수주가 이어졌습니다.
 
수출 무대와 품목도 넓어졌습니다. 중동에서는 천궁-II를 앞세워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로 방공 체계 수출을 확대했습니다. 최근에는 UAE가 운용 중인 천궁-II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전에 투입돼 약 96%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산 방공 체계의 성능과 신뢰도를 보여주는 새로운 레퍼런스도 확보했습니다.
 
장 교수는 “폴란드 수출 이후 K방산의 브랜드 가치가 달라졌다”며 “과거 세계 방산 시장의 변방에 있었다면 야구로 치면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2회에서는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생산 기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증한 글로벌 무기 수요가 어떻게 맞물려 ‘K방산의 시간’을 만들었는지, 그 내·외부 요인을 짚어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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