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출산’에 아동학대를 묻다)②(단독)징역 10년vs 3년6개월…‘뒤죽박죽’ 판결에 갇힌 위기출산
'위기출산 신생아 유기 사망’ 동일 혐의에도 선고형은 3배 차이
“방치 행위” 두고…‘학대살해’vs‘학대치사’ 법원마다 다른 해석
‘위헌제청’ 신청…“아동 개념 과도 확장, 명확성·비례원칙 위배”
2026-09-28 15:41:59 ㅣ 2026-09-28 16:03:41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분만 직후 신생아 봉투 유기.
 
범행 행위도, 신생아가 숨진 결과도, 적용된 죄명도 법정형 하한이 징역 7년인 ‘아동학대살해죄’로 같았습니다. 그러나 서울지법은 징역 10년을, 부산지법은 법정 최저형인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위기 출산' 후 벌어진 신생아 사망 사건에서 재판부마다 판단의 기준이 달라 양형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같은 죄명을 두고도 선고 형량이 3배 가까이 벌어지는가 하면, 동일한 ‘방치’ 행위를 두고 어떤 법원은 아동학대살해를, 어떤 법원은 아동학대치사를 인정하는 등 법리적 판단 기준이 뒤죽박죽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받는 베트남 유학생인 20대 산모 A씨가 지난해 12월17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죄명인데 징역 10년 vs 3년6개월…고무줄 양형
 
서울중앙지법은 대학 기숙사 화장실에서 출산한 후 신생아를 봉투에 넣어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외국인 유학생 A씨에게 지난 6월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구조 기회를 의도적으로 차단했다며 중형을 내렸습니다.
 
반면 2024년 5월 부산지법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부산지법은 출산 직후 신생아를 비닐봉지에 넣어 모텔 방에 남겨둬 숨지게 한 B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2심에서 쌍방 항소가 기각되며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B씨에게도 A씨와 같은 아동학대살해죄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갑작스럽게 출산해 극도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는 정황을 참작했습니다. 
 
두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동일한 ‘신생아 유기 사망’ 사건에서 같은 죄명을 적용하고도 형량이 3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재판부의 판단 성향에 따라 처벌 수위가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1년 1월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정인이법’인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아동학대살해죄 신설안은 같은 해 2월26일 별도로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하나의 행위’ 쪼개기 해석…법원마다 죄명도 널뛰어
 
더 심각한 문제는 ‘어떤 행위부터 아동학대살해로 볼 것인가’를 둘러싼 법원의 법리 해석 자체가 재판부마다 정반대로 갈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핵심 쟁점은 방치 행위를 ‘선행 학대’와 ‘후행 살해’로 쪼갤 수 있는지입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죄는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자가 아동을 살해한 때’ 성립하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살해 행위가 일어나야 성립할 수 있습니다. 
 
2023년 12월 대구고법은 하나의 방치 행위를 ‘학대 행위’와 ‘살해 행위’로 ‘쪼갤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구고법은 생후 17일 된 신생아에게 이불을 덮어 숨지게 한 사건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인정하며 형량을 징역 3년으로 대폭 감경했습니다. 이불을 덮은 행위는 폭행 행위에만 해당해 아동학대치사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판결은 2024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반면 2024년 5월 부산지법은 모텔 출산 사건에서 대구고법의 판단을 직접 언급하며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재판부는 출산 직후의 유기 행위에 대해 “살인의 범의 아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아동학대살해 행위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방임·방치 행위를 두고, 어느 법원은 ‘학대치사’로, 어느 법원은 ‘학대살해’로 결론을 내린 셈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사진=뉴시스)
 
살인과 치사 경계도 모호…“대법, 기준 세워야”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기준 역시 재판부마다 제각각입니다. 2024년 4월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차량에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의 살인 혐의에 대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직권으로 ‘아동학대치사죄’만을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2심(부산고법) 재판부는 신생아를 방치한 것은 사망 예견 가능성이 충분했다며 혐의를 ‘일반 살인죄’로 바꿔 징역 5년으로 형을 뒤집었습니다. 
 
출산 후 신생아 사망을 두고 하급심 법원들이 ‘아동학대살해, 살인, 아동학대치사’ 사이에서 제각각 다른 잣대로 판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법원 내부에서도 법리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수도권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유사한 신생아 사망 사건에서도 재판부별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며 “대법원이 구체적인 성립 기준을 판례로 정리해 주지 않으면 사법 혼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 판단이 확인된 아동학대살해 혐의 신생아 사망 사건은 2건이지만, 모두 상고기각으로 확정돼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신생아 사망 사건을 심리했던 또 다른 부장판사 역시 “아동학대살해죄 적용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아동학대살해죄로 기소됐을 때 피고인 측이 적극 다투지 않는 이상 법원이 직권으로 혐의를 바꿔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위기 출산 사건에까지 법정형 하한이 7년인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거운 감이 있다”고 했습니다.
 
“18세 미만과 갓 태어난 영아 묶어 중형”…항소심서 ‘위헌제청’ 신청
 
이처럼 하급심 법원의 해석이 뒤죽박죽 갈리자, 결국 아동학대살해죄 자체의 위헌성을 묻는 시도도 이뤄집니다. 앞서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외국인 유학생 피고인 A씨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A씨를 대리하는 함석천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는 “영아살해죄 폐지로 보호·양육 관계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과 갓 태어난 영아를 무차별적으로 묶어버렸다”며 “분만 직후의 위기 상황마저 징역 7년 이상으로 처벌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급심마다 양형과 판단이 제각각인 이유는 명확성의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함 변호사는 “학대란 통상 적극적 폭력이나 가해 행위가 전제돼야 하는데, 출산 직후 극심한 출혈과 패닉 상태에서 벌어진 소극적 방치까지 분리해 ‘학대 후 살해’로 구성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깬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아이의 생명을 경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출산 직후 벼랑 끝에 몰린 비정상적 위기 상황과 지속적인 아동학대를 명확히 분리할 수 있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세분화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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