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 도입 20년)①광주 떠나는 T-50, 무안에서는 달라야 한다
전투기는 4.5·5세대 재편…20년 전 훈련체계와 '기술 격차' 우려
광주→예천→무안 이전 과정 T-50 성능개량과 연계 필요성 커져
2026-09-30 14:36:14 ㅣ 2026-09-30 14:55:38
공군 광주기자에서 학생 조종사와 교관이 비행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군)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호남권 반도체 특구 조성을 계기로 광주 군공항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공군 고등훈련기 T-50의 성능 개량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광주기지에서 운용하던 전력이 예천 등으로 임시 분산 배치됐다가 향후 새롭게 건설되는 무안 군공항으로 최종 이전하는 과정에서 T-50의 성능 개량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0일 공군에 따르면 공군 전투기 전력은 이미 빠르게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0년 이전 공군 주력 전투임무기의 한 축을 담당했던 F-4는 이미 2024년 퇴역했고, F-5도 곧 퇴역할 예정입니다. 이를 대체해 FA-50가 공군 전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KF-16은 성능 개량이 진행돼 2028년 완료가 예정돼 있고, F-15K도 성능 개량에 들어가 2037년까지 이어집니다. 2017년부터 F-35A가 도입됐고 KF-21도 최근 처음 배치되면서 공군의 주력 전투임무기는 4.5세대와 5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종사 양성의 출발점인 고등훈련기 T-50은 개발 이후 20년이 넘었지만 도입 당시 그대로입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5세대 전투기에 맞는 고등훈련기의 성능 개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신 전투기를 조종할 조종사들이 정작 훈련 단계에서는 20년 전 개발 당시의 항전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공군과 방산업계, 항공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장비 노후 문제가 아니라 훈련 체계와 실전 전투기 사이의 '기술 격차'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항전장비 현대화 시급
 
4.5세대와 5세대 전투기는 대화면 시현 체계를 활용해 레이더와 항법, 전술 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면 현재 T-50은 개발 당시 전투임무기에 맞춰진 시현기와 계기 체계를 기반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투기에 탑승한 뒤에야 새로운 정보처리 방식과 조종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공 전문가들은 특히 미래 전장이 단순한 비행기동 중심에서 전술데이터링크, 전자전, 유·무인 복합체계 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조종사 교육 단계부터 이에 맞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전문가들은 T-50 성능 개량의 핵심 과제로 항전장비 현대화를 꼽았습니다. 임무컴퓨터(MC)와 비행제어컴퓨터(FLCC)를 최신화하고 전방상향시현기(HUD)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한편 기존 다기능시현기(MFD)를 대화면시현기(LAD)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비비행(SFI)·예비엔진(SEI) 계기, 조종장치조작장비(CSA), 비행영상기록장치(DTRS), 배터리제어장치(BCCU) 등도 개선 대상입니다.
 
특히 조종석 변화는 훈련 효과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기존 5×5인치급 MFD를 20×8인치급 LAD로 바꾸고 야간임무수행능력(NVIS) 등을 추가하는 게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입니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크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최신 전투기와 유사한 정보 표시 환경을 훈련기에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비행훈련체계(LVC)입니다. LVC는 실제 항공기와 가상 시뮬레이터, 컴퓨터가 생성한 가상 전력을 하나의 전장 환경으로 연결하는 훈련 체계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실제 전투기를 띄우지 않고도 복잡한 공중전과 전술 상황을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공군과 업계에서는 이 같은 체계를 T-50에 적용하면 고가의 F-35A나 F-15K, KF-21을 조종사 교육에 직접 활용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투기를 교육훈련에 투입할수록 전투대대의 작전 소티와 정비 부담이 함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KF-21 1호기가 지난 22일 FA-50, TA-50, T-50 등 국산 항공기들의 환영을 받으며 예천기지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군)
 
KF-21 개발로 확보한 국내 기술 적용
 
국산화 역시 성능 개량의 중요한 축입니다. T-50의 핵심 항전장비 가운데 일부는 개발 당시 해외업체 제품을 사용했지만, KF-21 체계개발을 거치면서 국내 업체들이 임무컴퓨터와 비행제어컴퓨터 등 관련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T-50 성능 개량에 적용하면 기술 종속을 줄이고 향후 단종 부품 문제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항전장비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도 빠릅니다. 핵심 부품의 단종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장기 운용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국산화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따라서 국산 기술 기반의 성능 개량이 필요합니다. 이는 T-50의 수명 연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KF-21 개발을 통해 축적된 국내 항공전자 기술을 기존 국산 항공기에 다시 적용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합니다.
 
T-50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한다면 사업 일정을 기지 이전과 연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T-50·T-50B·TA-50의 성능 개량 사업은 개발에 5년, 항공기 개조에 5년 등 총 10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필요한 비용은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시험장비와 정비지원장비뿐 아니라 훈련체계, 임무지원체계, 교범과 기술자료까지 포함하는 대형 사업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광주 군공항 이전 과정과 상당 부분 맞물릴 수 있는 일정입니다. 광주를 떠난 전력이 예천 등으로 임시 분산된 뒤 최종적으로 무안으로 옮겨 가야 하는 상황에서 T-50 성능 개량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무안기지에서는 개량된 T-50 항공기를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면서 기존 시설을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성능 개량형 T-50을 기준으로 정비시설과 훈련시설, 시뮬레이터와 지원 장비를 구축한다면 장기적으로 시설투자와 운용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결국 광주 군공항 이전은 T-50에 단순한 ‘주소 변경’이 아니라 세대교체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2030년대 공군 조종사들이 F-35A와 KF-21을 운용하게 된다면 그들이 거쳐 가는 T-50 역시 그 시대의 전투 환경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광주에서 예천으로, 다시 무안으로 이어지는 전력 재배치가 성능 개량형 T-50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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