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장인화 3년)(단독)전문가로 꾸린다던 안전자회사…전문인력 ‘1명’
47명 중 외부 전문가는 상무급 1명
안전 혁신 구호 무색…올해 또 사망
2026-09-30 06:00:00 ㅣ 2026-09-30 06: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반복적인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장인화 포스코(005490)그룹 회장이 신설한 안전 자회사가 출범 1년이 되도록 전문 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장 회장은 안전진단, 솔루션 제공 등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신설을 약속했지만, 출범한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의 안전 전문가는 대표이사 한 명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포스코 안팎에선 상무급 대표이사 한 명과 안전 관련 경험이 전무한 그룹 내부 인사들로 구성된 자회사가 안전관리 전반을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8월까지 포스코그룹 산하 사업장에서 발생한 5건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통령의 강한 질책에 안전관리 방안을 내놓았지만, 사업보고서상에서 안전 예산 증액이 확인되지 않는 등 장 회장의 안전제일 경영 의지가 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지난 2024년 3월21일 포스코 포항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3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그룹이 현장 중심의 안전경영을 내걸고 잇따라 만든 안전 조직들이 출범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안전관리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안전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의 전체 47명 임직원 가운데 안전 전문가는 외부에서 영입한 유인종 대표이사 한 명에 불과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상무 출신으로 국내 1호 재난 안전 박사학위를 취득한 외부 안전 전문가인 유 대표와 달리, 나머지 임직원들은 안전관리와는 무관한 그룹 내 직원들로 충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장 회장은 지난해 8월 회장 직속 안전 태스크포스(TF)도 출범시킨 바 있습니다.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은 그룹 내 19개 자회사의 안전관리 자문을 전담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에 따라 지난해 8월 설립된 회사입니다. 홈페이지 대표 인사말에는 “산업 전문성, 현장 중심의 경험, 첨단기술을 결합해 안전 리스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단순히 ‘진단을 수행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 중심의 안전관리’를 내걸고 출범한 안전 자회사의 실제 인력 구성에서 전문가를 찾기 힘든 셈입니다. 포스코에 정통한 관계자는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은 안전 관련 경험이 없다고 할 수 있는 포스코그룹 내부 인사로만 구성돼 있다”며 “안전관리를 통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게 아닌 컨설팅 수준의 진단에 불과해, 설비 부식과 같은 현장의 근본적인 위험 요인이 개선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전진단과 솔루션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당초 구상과 비교하면 전문 인력 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홀딩스 측은 “안전 자회사는 회장 직속 TF 팀장을 맡고 있던 유인종 대표가 추가로 만든 것”이라며 “TF팀에서 그룹 전반의 안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에서 각 사업, 파트별로 컨설팅을 한다”고 했습니다. 또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의 총 인원은 47명으로 스텝 인력을 제외한 83%가 안전 컨설팅에 투입되고 있다”며 “안전 전문 인력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인종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대표이사. (사진=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포스코그룹 내 직급이 ‘상무급’이라는 점에서 유일한 ‘안전 전문가’인 유 대표를 두고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포스코 특유의 강한 ‘순혈주의’와 수직적 카르텔 속에, ‘외부 출신’ 인사가 막강한 권한을 쥔 제철소장이나 계열사 대표들에게 ‘안전상 위험하니 조업을 멈춰라’라며 개입할 권한이 있겠느냐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안전 자회사를 설립한 것을 두고 중대재해 발생 시 본사 지주사 회장으로 향할 법적 책임을 분산하기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용 외주화’라는 의심도 제기합니다. 통상 기업들이 안전 컨설팅이나 관리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상 법적 책임을 자회사로 떠넘기기 위한 꼼수로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회장 직속 안전 TF가 존재함에도 자회사를 따로 차린 점이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안전관리 혁신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은 현장 제보 시스템에서도 나타납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8월 ‘포스코그룹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안전신문고를 확대해 임직원이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합 안전 제보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공유된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안전 위험을 현장에서 발견한 노동자가 눈치 보지 않고 제보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는 취지와 달리, 정작 현장 직원들이 제보 채널의 존재와 운영 방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장인화 회장이 지난 7월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와 리튬·소재, 에너지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이른바 ‘트리플 코어’ 체제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3년간 미래 성장 분야에 총 16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대대적으로 밝힌 것과 달리 올해 3월 발간된 2025년 사업보고서와 8월 반기보고서 등을 살펴봐도 구체적인 안전 예산 집행 내역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4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업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공사 금액의 1.5~3% 내외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의무 책정해야 합니다. 포스코 같은 대형 장치산업이나 제조업 기반 기업들도 통상 매출의 0.2~0.5% 내외를 안전 예산으로 편성합니다. 지난해 연결 기준 포스코그룹 매출이 69조95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1382여억원의 안전 예산이 책정됐어야 합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안전 관련 투자금은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자본금 43억원이 전부입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안전 예산 ‘5년간 총 1조원 규모’ 추가 확대, 시설투자 등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정부 안전보건공시제 운영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맞춰 실적을 집계 중으로 향후 투명하게 정보 공개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은 7월 포스코이앤씨에서 네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강하게 질타한 데 이어, 8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두고 “근본적 결함의 징표”라며 “기본 중의 기본을 안 지킨 것”이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강한 경고와 대책 요구 직후, 안전 자회사를 설립했음에도 사고는 올해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 6월9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서울 관악구 신안산선 복선철도 건설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15m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신안산선에서는 2024년부터 모두 4차례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4명이 숨졌고, 포스코이앤씨 전체 현장에서는 이 사고를 포함해 최근 3년간 1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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