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닫힌 유료방송…"K미디어 생태계 위해 규제 틀 바꿔야"
방송매출 3년 연속 감소·IPTV 성장률도 0.1% 그쳐
OTT와 규제 비대칭 여전
"사전규제서 자율·사후규제로 전환"
2026-09-30 17:29:11 ㅣ 2026-09-30 17:29:11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방송시장이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유료방송 규제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료방송의 위기를 인터넷(IP)TV·케이블TV 등 개별 사업자의 경영난으로 볼 것이 아니라 K콘텐츠의 투자와 유통, 중소·지역채널까지 연결된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위기로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시청각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하면서도 요금·상품·채널 구성 등에 사전규제를 받는 구조를 바꾸고, 유료방송의 역할을 기간 미디어 플랫폼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30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혁신 세미나에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국내 방송산업이 개별 사업자의 경영난을 넘어 산업 자체가 축소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노 소장은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단위의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변화와 제도의 괴리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국내 방송시장의 성장 동력은 빠르게 약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전체 방송사업매출은 18조6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습니다. 그동안 시장 성장을 이끌던 IPTV 매출 증가율도 0.1%에 그쳤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을 포함한 유료방송3사의 합산 매출은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방송광고 매출도 2016년 3조2225억원에서 2025년 2조134억원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케이블TV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12.5%에서 지난해 1.7%까지 떨어지며 콘텐츠와 네트워크에 재투자할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30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혁신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한국방송학회)
 
문제는 시장이 급변하는 동안 규제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노 소장은 "아날로그·독과점 시대에 설계된 법체계가 디지털·융합 환경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요금·상품·채널 구성의 어려움이 혁신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유료방송은 진입부터 요금, 채널·서비스 구성, 소유·겸영, 광고 등에 사전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OTT는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습니다.
 
규제 혁신의 목적을 개별 사업자의 생존을 넘어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유료방송은 국내 방송채널과 콘텐츠가 시청자를 만나는 주요 유통 창구로, 자체 플랫폼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지역채널에는 중요한 시장 접근 수단입니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료방송 경쟁력은 산업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의 경쟁성과 다양성 확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료방송의 역할도 단순한 채널 전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AI 기반 추천과 개인화, OTT 통합, FAST·숏폼, 광고·커머스 등을 결합한 '콘텐츠 서비스 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랫폼의 수익기반이 약화되면 국내 콘텐츠 투자 여력이 줄고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콘텐츠 사업자의 협상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이에 홍 교수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따로 떼어 접근해 온 정책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OTT 경쟁 시대에는 콘텐츠 경쟁력과 플랫폼 경쟁력을 분리하기 어렵다"며 "국내 콘텐츠 공동투자, 중소 제작사·PP와 플랫폼의 공동사업, 콘텐츠 IP 투자 등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가 다시 콘텐츠 산업으로 환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규제뿐 아니라 유료방송 사업자가 부담하는 비용 체계도 변화한 시장 상황에 맞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사업 기반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전파사용료 등 정부에 직접 납부하는 비용 부담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산업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산업의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만큼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전파사용료 등 정부에 직접 납부하는 비용도 변화된 시장 환경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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