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인공지능(AI)이 게임 개발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게임을 자체적으로 생성해 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이 자연어 명령만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전문적 개발 지식 없이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는데요. 개인과 소규모 개발사의 제작 문턱을 낮춘다는 기대 이면에, 저품질 콘텐츠가 대량으로 쏟아지는 이른바 'AI 슬롭(Slop)'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게임 제작 문턱이 낮아지면서 비슷한 저품질 게임이 양산되는 'AI 슬롭'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챗GPT)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AI를 활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실험 서비스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를 공개했습니다. 이용자가 채팅창에 원하는 게임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이를 토대로 브라우저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게임을 생성하는 방식인데요. 전문적 코딩 지식이 없는 이용자도 게임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AI를 활용한 게임 제작은 이미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 설카 하로가 지난 2023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스팀에 출시된 게임 5만3597개를 분석한 결과, AI 활용 사실을 공개한 신작 비중은 2024년 10.9%에서 지난해 19.9%, 올해 7월 기준 30.8%까지 높아졌습니다. 올해 출시작만 보면 3개 가운데 1개 가까이가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셈입니다.
낮아진 문턱은 특히 인디·소규모 개발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도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현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AI 발전으로) 인디나 소규모 개발팀에서는 많은 인력을 고용하지 않더라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창작할 수 있는 기회가 확실히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도 AI가 게임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기존 게임산업의 제작·유통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위 학장은 "AI로 만든 게임이라는 게 하나의 큰 트렌드가 되면, 게임 시장의 제작과 유통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게임을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 콘텐츠까지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 AI 슬롭이 게임 시장에서도 논란이 되는 이유인데요. 실제 해외에서는 지난해 흥행한 인디게임 'PEAK'와 유사한 게임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원작 개발사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빨라진 제작 속도가 흥행작을 모방해 단기간 수익을 내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위 학장은 "게임이 잘 되는 것 같으면 비슷하게 만들어 빨리 띄워, 1주일이든, 1달이든, 돈을 벌고 접어버리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게임 개발의 정석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AI로 제작이 쉬워지고 시장에 나오는 게임이 늘어날수록, 완성도와 차별화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질 전망입니다. 제작 자체가 쉬워지더라도 수많은 게임 가운데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별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제작 과정이 효율화되더라도 콘텐츠의 완성도는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결과물을 별도의 검토 없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개발자가 판단하고 검수하는 과정을 거쳐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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