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상응조치' 오락가락 사이…북, '대남 확성기' 대못
김여정 "전 국경선 일대, 수일 내 대남 확성기 가동"
"안보리 의장 서한 발송, 사건 해결 결정적 도움 안 돼"
2026-10-22 16:51:58 ㅣ 2026-10-22 17:05:21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우리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대북 상응 조치'에 오락가락하는 사이, 북한이 '대남 확성기' 대못 박기에 나섰습니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 명확함에도 우리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에 대한 '논의' 가능성만 열어놨을 뿐 별도의 조치를 한 달째 미루면서 허를 찔린 셈입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뒤늦게 주유엔대사 명의로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발송하기로 했습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위성락(왼쪽)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북 확성기도 독자 제재도 '방치'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군사분계선(MDL) 월선에 대응한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반발하며 "만약 병적인 객기로 순간이나마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실수'라도 범한다면 그때에는 모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그는 또 "의혹투성이의 사고를 자초해 피를 흘리고도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남의 집 울바자(울타리)를 세우는 일에도 철면피하게 간섭하는 그 뻔뻔스럽고 몰상식하며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저능아"라면서 DMZ 지뢰 폭발 사건의 책임을 회피했는데요. 
 
지난달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 발생 일주일여 뒤인 같은 달 29일 김 부장은 "명백한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에 "망상이며 마주 설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달 19일부터는 '대남 확성기 방송'을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21일에는 10월 중 '전 국경선'에서 대남 확성기를 가동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 부장의 '적반하장식 담화'가 반복되는 사이 우리 군이 별도의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이 대남방송을 예고하자, 통일부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운운하며 자세를 낮췄다"면서 "불과 2주 전 정 장관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군 통수권자가 공격과 방어도 구분을 못 하고, 지뢰 도발과 '불의의 사고'도 구별을 못 하는데, 전작권 전환이 가당키나 하냐"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뒤늦게 "유엔 안보리 서한+비례적 조치"
 
우리 정부는 지난 한 달 동안 '상응 조치'에 대해 토론의 과정만 거쳤을 뿐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난 1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겨냥한 한국의 독자 제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하지만 이를 놓고 통일부가 사안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거세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우리 군 내부에서는 첨단 무기체계 시연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별도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야당에서는 '대북 확성기' 가동 조치를 촉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해당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 군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에 대해 '대북 확성기'로 '상응 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 대남 확성기에 대한 상응 조치인 셈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발송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폭발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으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임을 설명하고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긴장 고조 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한 대화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현재 북한의 의도는 국경 요새화 작업의 완료를 위해 우리 측에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라면서도 "국경 요새화 작업 자체가 정전협정 위반이기 때문에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나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우리 정부의 조치로 서한이 발송되는 것에는 "역사적 기록이 될 수는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결정적 도움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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