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 기자] 2010년 이후 우리나라가 주관하거나 참여한 해외 원자력발전 사업에선 최소 6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마저도 정확한 집계가 아닙니다. 사업을 맡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사고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사고 수습은 제대로 됐는지,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졌는지 등을 외부에선 검증할 방법이 없는 셈입니다.
2010년 이후 한전과 한수원 등이 주관·참여한 해외 원전 사업 현장에선 최소 6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뉴스토마토>가 한국의 해외 원전 수출이 본격화된 2010년부터 2026년 9월까지 국내·외 언론을 전수 분석한 결과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선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뉴시스)
우선 2014년 8월3일 오후 10시30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에선 바라카 원전 사업 현장으로 이동하던 차량이 두바이 인근에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차량엔 한전 직원과 협력사 인원 등 5명이 타고 있었는데, 2명(한전 소속)이 사망하고 3명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2016년 5월12일(현지시간) 바라카 원전 사업 현장에선 45톤 규모의 이동식 크레인이 넘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크레인에 매단 바스켓에서 외벽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이 사고를 당했으며, 2명이 죽고 3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숨진 2명은 한전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원전 사업을 진행하던 국내 기업의 하도급 업체 직원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2016년 11월(현지시간)에도 바라카 원전 사업 현장의 터빈 건물에서 사고가 발생, 한전 하도급사 소속 방글라데시 국적 근로자 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무렵 한전은 안전관리가 미흡해 UAE 원자력에너지공사로부터 항의까지 받았을 정도입니다. 국내 언론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UAE 측은 미국 업체에 의뢰해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점수는 78점에 불과해 '미흡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발주사인 UAE 원자력에너지공사는 한전에 '주인의식과 책임감 부재'를 지적하는 항의 서한을 보낸 걸로 알려졌습니다.
사고는 계속됐습니다. 한수원에 따르면 이집트 엘다바 원전 현장에선 3건의 부상이,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개선 사업 현장에선 1건의 부상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이 사고들은 일시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런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이 2022년 8월부터 시작됐고,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개선 사업이 2024년 12월부터 시작된 걸 고려하면 각 사고는 최소 2022년 이후에 일어난 걸로 추정됩니다.
특히 2026년 6월22일(현지시간)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현장에서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사업을 수행하던 한국전력기술 팀장이 사망한 채 발견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고인의 유족은 현장의 과중한 업무 압박이 사망의 배경이라고 주장합니다. 고인의 사망 사고 직후 현지에서 작성된 내부 보고서의 내용도 체르나보다 TRF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김태균 한전기술 사장도 7월 루마니아를 방문해 현지 직원들을 만난 뒤 "A씨 죽음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였다"라고 말한 걸로 전해집니다.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문제는 지금까지 언급한 사고 내용과 사망자·부상자 숫자는 '최소' 집계라는 점입니다. 한전과 한수원 등이 사고의 구체적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한전과 한수원은 사고 현황을 공개해 달라는 본지 질의에 대해 발주사와의 계약과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수원은 안호영 민주당 의원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동일한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런 탓에 해외 원전 현장에서 벌어진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사고 수습은 제대로 됐는지,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졌는지 등을 국내·외 언론을 통해 취재가 돼야만 그나마 겨우 알려질 정도입니다. 사실상 해외 원전 사업의 안전관리 체계를 외부에선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이에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 22일 권향엽 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산업통상부와 한수원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루마니아 원전 사업과 관련해 안타까운 사건이 두 번이나 있었는데, 현지 인력 관리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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