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제발 가만히 있어라"
2026-10-27 06:00:00 ㅣ 2026-10-27 06:00:00
이재명정부 2년 차 국정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로서는 정책에 대해 온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심사대였다. 지난 한 해 동안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현안이 있었는데, 경제 분야에서는 '코스피 9000 시대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단연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정무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등 경제 관련 상임위원회는 물론 운영위원회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20여일간 진행된 국감 기간 동안 '롤러코스터 증시'를 야기한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한 진실은 하나도 해소되지 못했다. 레버리지 ETF 도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여야의 거센 공방 끝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했고, 대신 국감장을 지킨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정책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책임론에는 함구했다. 레버리지 국감을 통해 확인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6조원을 상회한다는 씁쓸한 현실뿐이다. 
 
레버리지 사태가 국감의 이슈 불랙홀이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는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정국 불안이 해소되면서 짓눌렸던 투자심리가 회복됐고, 연이은 상법 개정안 통과로 시장에 대한 신뢰도 높였다. 올해 초 5000이 채 되지 않았던 코스피 지수가 6개월 만에 9000 고지를 밟으면서 정부와 여당은 공을 가져가기 바빴다. 급기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주식 계좌를 보면서 마음이 흐뭇한 분들은 1번에 투표해 달라"는 여당 대표의 발언도 나왔다. 
 
정책 입안자들은 파죽지세로 달리는 증시에 큰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서학개미들을 국내 증시로 되돌린다는 미명 아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초고속'으로 출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아는 바와 같다. 
 
일련의 상황들에 전문가들은 정책의 우선순위와 시행 시기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고 짚었다. 우선은 증시 부양이 부동산 규제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부동산 시장을 대체할 만한 자본시장의 매력이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정책 평론가는 "주식은 자금 회전을 빨리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부동산, 그중에서도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너무나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증권시장을 대체 자산투자 시장과 노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투자시장으로 먼저 자리 잡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시로의 머니무브를 먼저 만들어낸 후에 부동산 세제 강화 등에 나섰다면 이 정도의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인간 본연의 욕망을 다 막아버리니 전통적 지지자들도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용범 전 실장의 경질 시기도 한참 늦었다고 쓴소리를 보탰다. 그는 "김용범 전 실장을 경질하면서 분위기 쇄신으로 몰아갔어야 했다"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좋았던 (증시) 모멘텀을 다 잡아먹을 때까지 속수무책이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또 직접 등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의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매우 저평가된 것이 사실"이라며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 조만간 종합 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 이후에도 1조원대 이상의 순매도를 단행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제발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고 분노하고 있다. 
 
사실 정부도 뾰족한 수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손을 쓴다고 증시 방향이 원하는대로 움직이지도 않을뿐더러, 지금으로서는 더 내놓을 뚜렷한 대책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열심히 하는 게 대책"이라는 그는 "시장점검회의도 하고 모니터링도 하면서 국민들이 더 불안해하지 않을 대책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을 아낄 뿐이었다. 
 
이 와중에 대통령의 지지율은 또 떨어졌다. 취임 직후 수준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증시 급락과 국민연금 주식 매도 유예 논란, 경제난 등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위기를 벗어나려는 조급함에 또 다른 '레버리지'가 등장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김진양 증권팀장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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