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두산의 ‘투자 본능’…실탄 ‘2000억’ 장전
두산 계열사 5곳…투자 목적 펀드 출자
실트론 인수·1조 투자 이은 ‘투자 행보’
2026-10-28 14:33:07 ㅣ 2026-10-28 15:20:54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두산(000150)이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유망 벤처기업 발굴과 투자를 위해 2000억원에 달하는 실탄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 7월 2조원대의 SK실트론 인수, 지난달 1조원 규모의 투자에 이어 또다시 투자 목적의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그룹 차원 투자 본능이 본격적으로 깨어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8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두산테스나 등 5곳의 계열사는 전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두산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두산신기술투자조합 2호에 각각 4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출자 목적은 ‘유망 벤처기업 발굴 및 투자’로 거래 예정일은 다음달 13일입니다.
 
두산그룹은 앞서 지난 2024년 2월 1호 펀드를 결성해 벤처투자 재원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계열사가 각각 200억원을 출자해 총 1000억원의 펀드를 마련했는데, 2년 만에 투자 규모를 2배 확대했습니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반도체 스타트업 ‘유니컨’, 로봇 스타트업 ‘만드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AMI 랩스’ 등에 투자를 집행하며, 반도체·로보틱스·AI 등 그룹의 미래 성장축과 맞닿아 있는 포트폴리오를 넓혀왔습니다. 이에 이번 투자 재원 확대를 계기로 두산그룹이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한편, 신기술 확보, 유망 기업 지분 확대 등 미래 시장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두산그룹은 그간 과감한 인수합병(M&A)와 투자를 바탕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에 거듭해 왔습니다. 2000년대에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HD현대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을 연달아 인수하며 유통업에서 중공업으로 사업 무게중심을 성공적으로 옮겼습니다.
 
지난 2016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취임 이후 두산그룹은 에너지와 건설기계에 반도체를 더한 3대 핵심 사업 구조로 그룹의 판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피지컬 AI 생태계 대전환 시기에 발맞춰 지난 7월 2조3000억원에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는 등 두 번째 사업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또한 두산은 지난달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AI 데이터센터용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 생산라인 증설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16일 두산과 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각각 김민철 대표이사 사장(CFO)과 박상현 대표이사 사장(CFO)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한 배경 역시 이 같은 ‘투자’ 중심 경영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잇따른 대규모 투자를 자본 관리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과거 2020년 겪었던 유동성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룹 내 ‘재무통’에 힘을 실어 자본 관리 역량을 다지겠다는 목적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김 부회장의 경우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 당시 구원투수로 투입돼 재무 정상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 받습니다.
 
이에 두산그룹이 향후에도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 두산퓨얼셀), 스마트머신(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반도체 및 첨단소재(전자BG, 두산테스나, 실트론) 등 3대 사업을 기반으로 한 투자 경영 전략으로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AI 사이클 수혜를 얻고 있어 자금 유동성이 원활한 상태인 만큼, 향후 투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두산이 주력하는 3대 핵심 사업군과 여기서 파생되는 신사업들에 대한 지분 투자와 M&A 가능성도 열려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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