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공소청 '리니언시 접수권' 정면충돌
중수청 "공소청이 할 수 없는 영역"…공소청 "중수청 접수, 리니언시 효력 없어"
2026-10-28 17:08:01 ㅣ 2026-10-28 17:22:43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수사·기소 분리 이후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담합 사건 자진신고자 형벌감면 제도(리니언시) 접수권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두 기관이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 돼 권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쟁점은 신청 접수와 잠정 순위 부여를 누가 하느냐입니다. 중수청은 이를 수사의 출발점인 '수사 행위'로, 공소청은 검사의 '소추 재량'에 속하는 절차로 봅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본청 모습. (사진=뉴시스)
 
'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나 개인이 먼저 자진신고하고 수사·재판에 협조하면 기소를 면제하거나 구형을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소수 사업자 간 은밀한 합의로 이뤄지는 카르텔은 외부에서 증거를 잡기 어려워 내부자 협조가 결정적 돌파구로 꼽힙니다. 대검찰청은 2020년 예규를 제정해 형사 리니언시를 도입했습니다. 1순위 신고자는 기소를 면제받고, 2순위는 구형의 절반을 감경받습니다. 신고 순위가 곧 혜택인 셈입니다. 올해 6조원 규모 밀가루 담합과 설탕 담합 수사에서도 자진신고가 초기 증거 확보의 열쇠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조원대 전분당 담합 사건에선 자진신고한 업체가 기소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갈등은 공소청이 먼저 움직이면서 시작됐습니다. 공소청은 지난 16일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신청 처리 절차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공소청이 신청을 접수하고 잠정 순위를 부여하도록 했습니다. 제출받은 원본 자료는 수사기관에 넘기되, 이후 수사를 마친 사건이 다시 넘어오면 감면 여부는 검사가 최종 판단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중수청도 자체 접수 방침을 세우면서 두 기관이 충돌하게 된 겁니다. 
 
중수청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리니언시 제도의 본질은 "수사 초기에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 기법"이라며 '접수와 잠정 순위 부여는 중수청이, 기소 여부와 감경 구형은 공소청이 맡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정 형소법이 자수 등 범죄 신고 접수 주체에서 검사를 삭제했고, 리니언시 신청 근거인 형법상 자수와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 모두 '수사기관'을 접수 기관으로 전제한다는 겁니다. 신청서를 검토해 잠정 순위를 매기고 수사 개시를 정하는 일은 모두 수사 행위로, "오히려 공소청이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도 했습니다. 중수청이 감면 요건을 따져 불송치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공소청은 형소법 제247조 기소편의주의를 근거로 맞서고 있습니다. 기소 여부와 구형을 정하는 건 검사인 만큼, 중수청이 신고를 받아 순위를 매기더라도 공소청은 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수청에 낸 자진신고는 형법상 자수로 인정돼 형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리니언시 혜택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공소청 판단입니다. 자수는 성립 뒤 진술을 바꿔도 효력이 유지되지만, 리니언시는 형이 확정될 때까지 협조를 이어가야 하는 별개 제도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순위'입니다. 리니언시는 먼저 신고한 순서대로 혜택이 갈리는 구조라, 같은 담합을 두고 한 업체는 중수청에, 다른 업체는 공소청에 신고하면 두 기관이 매긴 순번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공소청이 중수청 순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먼저 신고하고도 1순위 혜택을 놓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엇박자는 처음이 아닙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월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설탕 사건의 경우는 자진 신고 1순위와 2순위가 검찰과 공정위가 달랐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와 검찰 두 곳이던 신고 창구가 이제 세 곳으로 쪼개질 처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 불이익을 보지 않으려면, 접수받는 기관이면 다 신청해야 할 것"이라며 "당연히 혼선이 예상은 되고, 접수 순위에 따라 받는 혜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