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올 연말 한반도의 정세를 좌우할 굵직한 외교 일정이 줄줄이 대기 중입니다. 외교 일정의 시작은 오는 3일(이하 현지시간) 진행될 미국 중간선거입니다. 이어 11월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미·중·러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관심사입니다. 북한이 남북 대화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립니다. 여기에 12월 중순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는데요. 결과에 따라 세계 지형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얽히고설킨 한·미 간 통상·안보 현안의 실타래가 풀릴지 주목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종 판세는 미 민주당 '우세'…선거 이후에도 '트럼프 마이웨이'
1일 현지 언론과 외교가에 따르면, 3일 예정된 중간선거 판세는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상원까지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센터의 선거 분석 매체 <사바토 크리스털 볼>에 따르면 전체 상원 판세는 민주당 49석, 공화당 46석, 경합 5석으로 분석했습니다. 경합 지역은 메인·아이오와·캔자스·오하이오·텍사스입니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원 의석수가 각각 53석과 47석인 가운데 민주당이 4석을 늘려 51석을 확보하면 다수당이 되는 구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움직임도 바빠졌습니다. 3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머물며 6차례의 원격 전화 유세를 진행했는데요. 다음 날에는 보수 텃밭이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의 승리가 위태로운 아이오와와 캔자스를 연달아 찾아 마지막 현장 유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주요 지하 핵시설인 '곡괭이산'을 처리해야 할 곳으로 거론하며 중간선거 이후 추가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중간선거 판세대로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수 있지만, 한국에 대한 통상과 안보에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 등 통상 현안에서 한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한·미 관계 변화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이후에도 대외적으로 자기 성과를 과시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통상과 안보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러-북·미 회담 '최대 이벤트'…결과 따라 지각변동 '불가피'
중간선거가 끝난 후 대략 2주 후인 18~19일엔 중국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됩니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미·중·러 3자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입니다. 3자 정상회담이 현실화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군축 등 국제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가장 큰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여부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정세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접촉을 뒷받침하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가 반영될 통로를 확보하는 게 한국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다만 북·미 대화와 관련한 구체적 일정은 여전히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마지막 외교 이벤트는 다음달 14~15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될 전망입니다. 이 자리에도 미·중·러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3자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APEC 정상회의에서 3자 정상회담이 무산될 경우, G20 정상회의에서 성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로선 한 달 사이 이어지는 APEC·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관계 개선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연말 주요 외교 일정 결과에 따라 국제 정치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국제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미·중·러,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될 경우,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대로 미·중·러 회담이 성사된다면 국제 질서가 강대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중·러 회담이 진행된다면 미국이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동맹 중심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이제는 강대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배제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될 경우에 대해선 "북한이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펼쳐왔는데, 북·미 회담 불발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한·미 양국이 최근 정보 공유 제한과 비자 발급 차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동맹 내 소통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연말 정상회의에서 회담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대미 투자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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