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의 K-교육 디자인]중3 학부모의 고교 선택②: 좋은 고등학교란?
2026-11-04 06:00:00 ㅣ 2026-11-04 06:00:00
중3 학부모에게 고등학교 선택은 내 아이의 학업 능력과 성향을 객관적으로 아는 데서 출발하고, 좋은 고등학교의 첫 번째 조건은 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진 선생님이 많이 있는 학교이다. 이것이 지난주 칼럼의 요지였다. 이런 학교의 반대편에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교사들이 각자 자신의 처우만 챙기고, 아이를 위해 시간을 쓰거나 귀찮은 일은 뭐든지 피하려는 학교가 있다. 할 수만 있다면 학부모는 이런 학교를 피해야 한다. 내 아이가 귀찮은 짐으로 여겨진다면, 내 아이에게 학교생활은 고통과 불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선생님이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학교는 대개 좋은 학교 문화를 갖고 있다. 어느 학교는 대학을 갓 졸업한 1년차 교사도 학생 주도적인 수업과 평가를 진행하지만, 힘들다며 그런 수업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두 학교의 차이는 교사 개인의 능력 차이가 아니라 학교 문화이다. 학교 문화는 학교를 구성하는 주체들 즉 교사, 학교장, 학생의 태도와 관계에 기반해 만들어진다. 중3 학부모가 고등학교 학교 문화를 알려면 그 학교 교사들, 학생, 학부모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 설명회에 참석하거나 학교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대부분 학부모에게 쉽지 않은 일이고 신뢰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학교 문화를 알려면 ‘학교교육계획서’와 대입 성과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모든 학교가 매년 초에 만드는 ‘학교교육계획서’에는 교육과정 편성·운영·평가, 교과교실제와 자율학교 등 교과 특색사업 현황, 창의적 체험활동, 탐구프로그램 운영, 방과후학교, 각종 행사 등 해당 학교의 교육활동이 담긴다. 이 문서는 의무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자료가 아니라서 학교에 따라 공개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학교 홈페이지에 이 문서가 올라와 있지 않으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알리미’ 공시 항목으로 포함된 교육과정 등이 학교교육계획서에 담기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부모가 이를 통해 학교 문화를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학부모에게는 고등학교를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아마도 주변에 전문가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학부모가 접할 수 있는 전문가는 학원 강사겠지만, 주변 학교에 근무했던 경험이 많지 않다면 학교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듯하다. 이처럼 전문가의 부재가 고등학교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좋은 고등학교의 두 번째 조건은 학교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학부모를 찾아가 정확하게 알리는 학교이다. 특히 학부모가 대학입시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두고 고등학교를 선택한다면 이런 학교를 선택해야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학교교육계획서와 대입 성과 공개 여부 그리고 정확한 자료 공개 여부가 매우 중요한 학교 선택 기준이다. 특히 대입 성과는 대개 학교들이 공개하지 않거나 왜곡된 수치를 학부모에게 공개한다. 왜곡된 수치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등록 기준이 아니라 최초합격자를 기준으로 산출된 합격자 수이고, 다른 하나는 고3 학생과 N수생을 구분하지 않고 합쳐서 공개한 수치이다. 학부모의 선택을 받으려는 거의 모든 학교가 왜곡된 수치를 공개한다. 한 학생이 수시모집에서 여섯 군데 합격하면 실제로는 한 명이지만 서울대 1명, 연대 1명, 고려대 1명, 의대 1명, 카이스트 1명, 켄텍 1명으로 합격자를 표기할 수 있다. N수생도 마찬가지이다. 과장된 대입 성과는 학부모에게 왜곡된 기대를 만든다. 학부모의 관점에서는 학교의 교육력과 대입 역량이 중요하지만, 최초합격자 수치는 과장이고 N수생 수치는 학교의 성과가 아니다.
 
매우 중요하지만 공개되지 않는 정보도 있다. 고등학교의 전형별 합격자 수이다. 이 수치를 통해 학부모는 고등학교의 특성과 역량을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수생을 제외하고 고3 학생만을 대상으로 수시모집 서울대 합격자 수 혹은 의대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놓아보자. A학교는 정원외 전형에서만 합격자가 있고, B학교는 교과 전형에서만 합격자가 있으며, C학교는 교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합격자가 있다. A학교보다는 B학교가, B학교보다는 C학교가 학생에게 더 많은 대입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수능 성적과 정시 합격자 수는 학교의 역량이라기보다는 학부모의 재력과 사교육의 도움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대입 실적이 좋다고 해서 내 아이에게 반드시 좋은 학교인 것은 아니지만 내 아이가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학부모는 대개 그런 학교를 고르려고 한다. 하지만 정확한 대입 결과 수치를 공개하는 학교를 골라야 한다. 그 학교는 대입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역량을 갖추고 있거나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볼 수 있고, 그런 학교를 선택하면 내 아이의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된다.
 
김경범 국가교육위원회 대입특위 위원, 전 서울대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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