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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챔피언들, 기술로 승부한다!)삼원이앤비, 터널용 제트팬 '절대 강자'
(토마토-생산기술연硏 공동기획)③고속 제트팬 신제품, 35m/s '쾌속질주'
2011-10-24 09:00:00 2011-10-24 19:58:24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제가 1978년에 '삼원풍력'으로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세값이 200만원도 안되던 땐데, 산업용 송풍기 66대를 3000만원에 공급하는 수주를 따냈죠. 이제 막 설립한 회사치고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어요. 송풍기 분야의 첫 직장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죠."
 
산업용 송풍기 전문기업 '삼원이앤비' 권혁진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34년 째 산업용 송풍기 분야를 선도해 온 삼원이앤비는 2009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파트너기업으로 선정된 기술 강소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송풍기 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로, 20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다.
 
1970~80년대 제철소, 자동차 및 석유화학 공장 등이 생겨나며 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시기와는 달리 2000년대 이후 제조기업과 대규모 공장들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 등지로 설비를 이전하면서 현재 산업용 송풍기 시장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산업용 송풍기 시장에서는 공장과 플랜트 설비에서 벗어나 터널 및 지하철 등 새로운 시장이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삼원이앤비는 '터널용 제트팬' 분야에서 국내 1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원이앤비는 지난 2008년 10월 지식경제부의 '청정제조기반 원천기술개발사업' 중 '고효율 저소음 송풍기'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 수행 기업으로 선정돼, 생기원과 3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이달 '고속 컴팩트형 제트팬'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최영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실용화기술부문장은 "삼원이앤비의 제트팬 분야 기술력은 국내 1위"라며 "생기원은 공동 연구를 통해 삼원이앤비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전산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트팬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를 도왔다"고 말했다.
 
터널 환기용 '고속 컴팩트형 제트팬'은 기존 제트팬의 평균 풍속 30m/s를 '35m/s'로 높이고, 에너지는 기존 제트팬 대비 5~7% 절감한 고풍속, 고효율 제트팬이다.
 
삼원이앤비는 이미 국내 최초로 부산과 거제를 잇는 침매터널에 토출풍속 34m/s의 제트팬을 납품해 가동하고 있다.
 
삼원이앤비의 제품 개발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삼원이앤비는 지난 6일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터널 방연 '에어커튼' 개발을 완료하고 실제 터널에 장착해 시연에 성공했다.
 
에어커튼은 터널에서 화재가 났을 때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고압 공기로 '바람 막'을 형성해 연기를 차단하는 장치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10월 현재 전국 고속도로 상에 있는 500~1000m 터널 123곳 중 제연시설을 갖춘 곳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주요 터널에 에어커튼 설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권혁진 대표는 "새로 개발한 제트팬과 에어커튼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내수 시장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며 "이를 통해 매출도 현재의 약 2배인 400억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원이앤비의 지난해 매출은 153억원으로, 이중 내수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83%에 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수요처가 삼성물산(000830), 대우건설(047040), 삼성전자(005930), 대우조선해양(042660), 포스코(005490), 현대기아차 등 이름만 대면 알만 한 대기업들이어서 안정적인 매출 달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원이앤비는 국내 제조업이 이미 포화상태로 신규 수요처 발굴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 의식 아래 앞으로는 점차 수출 비중을 늘려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삼원이앤비는 일본과 영국 중심의 수출에서 나아가 얼마전 이란의 국영석유회사(NIOEC) 플랜트 건설 사업에서 35억원 규모의 송풍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동 진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삼원이앤비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권 대표는 "1997년 IMF 사태 당시 많은 거래처들이 부도가 나 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대한 은행 빚을 지지 않겠다는 각오와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들의 월급은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온 덕분에 직원들과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를 믿고 따라 주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주식시장 상장도 생각해 볼 일"이라며 향후 상장 의사도 내비췄다.
 
중소기업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꾸준한 기술 개발과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한 기업정신"이라고 강조하는 삼원이앤비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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