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양도로 임금지급 무효..사용자에 직접 청구가능
2012-04-10 12:40:31 2012-04-10 12:41: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근로자가 미지급 임금대신 사용자의 채권을 양도받아 그로부터 임금을 일부 충당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이모(40)씨가 "미지급 임금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M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이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기각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을 되돌려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금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 지급에 갈음하여 사용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근로자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약정은 그 전부가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채권양도합의에 따라 양도받은 채권의 일부를 추심하여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의 일부에 충당한 사실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고, 그와 같이 충당된 부분의 임금 및 퇴직금은 변제로 소멸될 뿐"이라며 "원래의 미수령 임금 및 퇴직금 중 아직 변제받지 못한 부분을 피고 회사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채권양도합의가 유효하다고 단정한 나머지 그 합의로써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채권이 소멸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은 임금 직접 지급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9년 10월 M사를 퇴사하면서 임금과 퇴직금 등 총 63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후 부도가 난 M사는 이씨를 비롯해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16명에게 임금 대신 자사가 갖고 있던 공사대금 채권 2억9000여만원을 양도했다.
 
이후 이씨 등은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받는 대신 임금채권 포기각서를 M사에 제출한 뒤 공사대금 일부를 추심해 나눠가졌으나 더 이상 추심이 불가능해지자 "당초부터 채권이 재산적 가치가 거의 없었다"며 M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채권양도 계약 체결은 임금 및 퇴직금 채무의 지급에 갈음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에 M사의 이씨 등에 대한 채무는 소멸했다"고 판결했고, 이에 이씨가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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