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두고 동상이몽..재계 항변 잇달아
2012-10-25 11:52:33 2012-10-25 12:47:45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동반성장을 두고 정치권과 재계의 동상이몽이 이어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제민주화 날이 설수록 재계는 극구 항변하며 반발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중심에는 단연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주요 5단체가 있다. 재계, 특히 재벌그룹 입장을 철저히 대변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예봉을 꺾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여론전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경련은 그 일환으로 25일 '200대 기업의 동반성장 추진성과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장장 33일간 올해 매출액 기준 국내 200대 상위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 진행됐다. 이중 115개사가 조사에 응해 응답률은 57.5%를 기록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전경련은 조사결과를 요약하며 "200대 대기업의 동반성장 기업문화가 확산일로에 있다"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임직원 인사평가에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하는 등 동반성장을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게 주된 논거였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대 상위 기업의 87.8%가 사내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두고 있으며, 79.1%가 동반성장 실적을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3.0%(전담조직 설치), 53.9%(인사평가 반영)보다 각각 14.8%포인트, 25.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경련은 이를 토대로 "대기업에서 동반성장을 기업경영의 필수요소로 인식하며, CEO 주도로 동반성장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전담조직 설치 및 인사평가 반영 등의 요인이 대·중소 상생(동반성장)에 있어 어느 정도의 실질적 효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경련은 또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조정 장치를 도입하는 한편 납품대금 지급기일도 줄였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하도급 계약서에 원자재가격, 환율변동 등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근거를 명시한다'고 응답한 기업이 지난해 97개사에서 올해 106개사로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비율 등 조정내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62개사에 불과했다.
 
납품대금 지급기일을 살펴보면 지난해 평균 31.5일에서 올해 23.7일로 7.8일 단축됐다. 글로벌 외국기업에 대한 납품대금 회수기간(57.5일)과 국내 하도급법상 지급기일(60일)과 비교할 때 협력사에 한 달 이상 빨리 납품대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0대 상위 기업들은 동반성장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적 요인(39.2%)으로 꼽았다. 이어 '협력사의 자금지원 및 경영개선'과 '하도급 거래 공정성 개선'이 각각 21.7%로 뒤를 이었다. '협력사와의 소통 강화'를 꼽은 대기업은 단 15.8%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 비해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지적이 10.4%포인트 줄었다지만 여전히 수위였으며, 특히 '하도급 거래 공정성 개선'(-0.9%p)과 '협력사와의 소통 강화'(-1.6%p) 등 경제민주화 방안으로 거론된 항목들은 사회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었다. 협력사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게 동반성장의 본질이란 얘기다.
 
한편 10대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결국 이 같은 재계의 주장이 '무늬만 동반성장'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초 10대 그룹의 자율선언 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특히 물류는 수의계약을 통해 경쟁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를 접한 정치권은 "입법 등 제도적 뒷받침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재계의 자율적 이행만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계의 주장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물론 유력 대선주자 3인 캠프가 한목소리로 같은 입장을 내놔 재계의 압박감은 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재계는 이를 뒤로 한 채 25일 대한상의 주최로 창원에서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열고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된 증세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방침이다. 또 정년연장의무화, 청년의무고용 등 노동 관련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논의에 따른 반기업 정서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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