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재임 중 각종 선거 개입..불구속 기소
2013-06-14 21:13:53 2013-06-14 21:16:39
[뉴스토마토 최 현 진 기자] 앵커 :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을 동원해 각종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수사 축소와 은폐혐의가 인정돼 선거법 위반혐의로 같이 기소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법조팀 최현진 기자 나왔습니다. 최 기자, 오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됐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입니까?
 
기자 : 네.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입니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지시 강조 말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홍보하고 이 전 대통령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에 적극 대응했습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을 ‘종북세력’으로 보고 공격대상으로 삼는 한편 이들의 제도권 진입 차단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했습니다.
 
원 전 원장은 또 지난해 12월 대선을 포함, 국내 선거과정에서 국정원의 합법적인 직무범위를 일탈해 불법적인 지시를 수시로 반복해온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오늘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했는데요. 특이한 점은 검찰이 실제 댓글작업에 참여한 국정원 직원들을 모두 기소유예하거나 입건유예 조치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들이 상명하복의 국정원 조직 특성에 따라 맡은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보고 범행의 책임이 모두 국정원 지시·체계 꼭대기에 있는 원 전 원장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인터넷 댓글작업에 참여한 국정원 직원들은 모두 70여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 결국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했습니까?
 
기자 :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정부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야당정책의 반대입니다. 원 전 원장은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여론전을 지시했는데요. 2011년 8월22일 지시·강조 말씀을 보면 “4대강 사업·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국책사업과 관련해 좌파세력등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적극적인 대처와 홍보를 주문합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을 국정홍보를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오늘의유머, 일간베스트, 뽐뿌, 보배드림 등 사이트 15곳과 대형 포털사이트 등에 댓글과 게시물 등을 통해 정부정책을 지지하거나 야권세력을 비방하는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이들이 남긴 관련 게시글들은 모두 4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 방금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활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셨는데, 나머지 한 부분은 선거개입부분이겠죠?
 
기자 : 네 맞습니다. 원 전 원장은 총선 직전인 지난해 2월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가지고 어떻게 해든지간에 다시 정권을 잡으려하고”라며 야당을 종북좌파 세력으로 규정합니다. 총선직후인 4월에는 “통합진보당만도 13명이고 종북좌파들이 한 40여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는데”라며 국회에 진출한 야당 일부 국회의원들을 종북좌파세력으로 정의내리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 직원들이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무상급식주민투표, 총선과 대선에서 게시글 활동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대선 관련 게시글은 모두 73건이었고, 민주당을 반대하는 게시글이 37건, 통합진보당을 반대하는 게시글이 32건이었습니다.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를 반대하는 게시글도 4건이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대선 날짜가 임박할수록 국정원 직원들이 남긴 게시글이 급증했고, 대선과 관련된 이슈가 쟁점화 될 때마다 민주당, 통진당을 반대·비방하는 취지의 글을 게재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오늘 함께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지난 대선시에 후보들 마지막 TV토론 직후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수사 중간결과를 서둘러 발표하도록 지시한 인물인데, 어떤 혐의로 기소됐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 네. 검찰은 국정원 사건과 관련, 경찰 초기 수사 당시 김용판 전 청장 등 수뇌부의 외압·은폐 의혹도 수사해왔습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의 지시로 서울지방경찰청이 당시 확보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컴퓨터에서 확인한 ID·게시물 등 분석결과물들을 수사를 담당한 수서경찰서에 제공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김 전 청장은 수사팀의 정상적인 수사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디지털증거분석 상황이 수사를 맡은 수서서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허위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보고서를 송부하기도 했습니다. 설익은 수사결과가 선거 직전에 이례적으로 발표되도록 검색 키워드 축소를 강요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수사결과발표 왜곡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앵커 : 오늘 결과발표를 통해 수사가 다 끝난 건가요? 향후 검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요?
 
기자 : 우선 검찰은 아직 수사가 다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여론전을 펼친 사실을 추가 확인했습니다. 검찰은 아이피 추적결과 SNS상에서 특정 대선 후보를 비방하거나 지지하는 글 60여개를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아이디 320여개도 최종 확인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SNS상에서의 정치개입 행위는 오늘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검찰은 사법공조를 통해 트위터 서버를 들여다보고 관련 게시글들을 추가로 확보한 뒤, 향후 공소장 변경을 통해 내용을 추가시킬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민주당 관계자들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김씨의 오피스텔을 급습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입니다. 검찰은 현재 민주당 당직자들의 출석불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소환을 촉구해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 검찰이 이번 수사를 하면서 우여곡절도 참 많았죠?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논란이 불거지더니 오늘 수사를 바로 앞두고 수사기밀 유출이 있었다 이런 얘기가 있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황 장관의 수사지휘권 논란은 검찰이 원 전 원장 등에 대해서 구속수사 계획을 보고했는데, 황 장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보름간 사건 진행을 막았다는 의혹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발표하면서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습니다. 장관에 대한 원망을 내비쳤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수사결과 발표 당일인 오늘은 수사결과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 되면서 수사기밀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도 격노하면서 즉시 특별감찰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앞으로 이 감찰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앵커 : 최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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