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지난해 57% 급등한 日증시, 비관론 급부상?
2014-01-06 15:49:43 2014-01-06 17:13:37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지난해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일본 증시에 비관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본 증시가 새해 첫 거래일부터 장중 1만6000선을 하향 돌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둘러싼 불안감이 이날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 증시가 지난해만 57% 급등한만큼 과열 경계감도 짙어진 가운데, 가팔랐던 엔저 흐름 역시 주춤한 양상을 보이며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어 향후 일본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닛케이225, 새해 첫 거래일부터 2%대 급락..1만6000선 하회
 
◇닛케이225지수 추이(자료=이토마토)
6일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대비 382.43엔(2.35%) 내린 1만5908.88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0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한 것으로 지난달 24일 이후 처음으로 1만6000선 밑으로 추락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 증시는 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까지는 9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갔었다. 
 
또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 닛케이지수가 6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6200엔선을 회복하며 연중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일본 증시가 2년 연속 연중 마지막 거래일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증시는 지난해만 57% 뛰며 고도성장기인 지난 1972년 이후 41년만에 최대 연간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대표적인 수출주인 도요타자동차는 50% 가까이 급등했고 일본 통신주인 소프트뱅크는 무려 193%나 폭등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세 흐름은 새해 첫거래일에 급반전했다. 이날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각각 1.87%와 3.48% 급락세를 연출했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소니도 1% 넘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달러·엔 다시 104엔대..소비세 인상이 증시 '발목'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과열됐다는 우려와 함께 엔저 흐름이 주춤해지며 이날 시장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5년2개월만에 105엔대를 돌파했던 달러·엔 환율은 새해들어 104엔대로 다시 주저 앉았다.
 
히로이치 니시 SMBC닛코증권 펀드매니저는 "일본 증시는 과매수 상태"라며 "엔화 하락세까지 제동이 걸려 오랫동안 기다려온 차익실현 매물이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계획도 일본 증시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5%인 소비세가 오는 4월 8%로 올라가면 국민들의 지갑이 닫혀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올해 소비세 증세로 일본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나면 경기는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00개 이상의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0%는 소비세 인상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비세 인상을 감안해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었다.
 
미쓰시게 아키노 이치요시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일부 일본 개인 투자자들과 뮤추얼펀드가 소비세 인상에 앞서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계감 속 증시 낙관론은 '여전'.."달러·엔 110엔 간다"
 
과열 경계감에 올해 일본 증시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매규어 모틀리풀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미 오래 전에 일본 증시의 돛이 올랐다"며 "지난해 50%나 오른 자산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하트무트 이셀 UBS 웰스매니지먼트 리서치 부문 책임자도 "일본 증시를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며 "앞으로 지난해와 같은 폭등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올해는 증시 낙관론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소비세 인상 여파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달 5조5000억엔 규모의 추가적인 경제대책을 마련했다.
 
게다가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새해 첫날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실현하는데 필요하다면 금융정책을 과감하게 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성장에 문제가 생길 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미우라 유타카 미즈호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BOJ가 통화정책을 추가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 실적까지 뒷받침된다면 닛케이지수는 1만80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도 "2014년 일본 증시의 주당순이익(EPS)은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 증시는 연말에 1만8000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살리는데 성공한다면 오는 2018년에는 일본 증시가 2만5000선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수출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엔화 흐름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데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며 엔화 가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티모시 리델 ANZ은행 글로벌마켓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달러·엔 환율이 103~125엔대에서 움직였다"며 "현재 환율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결국 되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이 110엔대를 넘어서며 올해 지수 상승세를 지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데니스 가트먼 금융전문지 '가트먼레터' 편집장 "아베노믹스가 효력을 발휘해 일본 경기 활동이 살아날 것"이라며 "엔화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일본 증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짐 이드리스 맥쿼리은행 스트래지스트도 "아베노믹스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엔화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달러·엔 환율은 115엔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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