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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계좌 실명확인, 대포통장 양산할 것"
가족·지인 통한 대리발급, 위조된 신분증 사용될 소지
'신분증-실제 거래자와 대조' 금융실명제법 취지 훼손
2015-11-11 18:35:57 2015-11-11 18:35:57
다음달부터 신규 은행 계좌 개설시 허용되는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이 신분증 사본 확인과 기존 계좌 활용 중심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지인에 의한 대리 발급이나 위조된 신분증 사용 가능성으로 대포통장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 변경으로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실지명의(실명) 확인이 가능해지더라도 전산상의 확인만으로는 신분증과 실제 거래자를 대조해야한다는 금융실명제법의 취지를 거스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정치권 및 관련 업권에서는 신분증 사본, 기존계좌 등만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확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TF는 이달 중으로 신분증 확인과 기존계좌 활용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초 금융거래자보다는 기존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들을 위주로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비대면 실명 확인의 신속한 적용을 위해 법이나 시행령의 개정이 아닌 유권해석의 변경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이지만 영상통화 등을 통한 실지 명의자 여부를 확인을 제외하면서 현행 금융실명제법의 테두를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실명법에서 실명확인의 취지는 신분증 확인과 신분증과 제시한 사람의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통화 등을 통한 신분증과 거래자의 동일 여부 확인이 없이 신분증 사본과 기존계좌를 활용하는 것은 신분증 위조, 가족이나 지인 등에 의한 대리 발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강압에 의한 계좌개설 시도는 어떻게 막을 수 있겠으며 가족에 의한 대리 개설은 이제 거의 제약이 없어졌다고 보면된다"며 "결국에는 차후에 고객 본인이 대포통장 개설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영상통화나 생체인식 등 핀테크 업체들로부터 입찰제안요청서를 받았었지만 결국에는 기존에 거래하던 시스템 개발 업체나 자회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금융개혁을 표방한 핀테크 활성화의 첫 기대감이 많이 퇴색됐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극심한 상황에서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술하게 허용될 경우 대포통장을 방지하는 정부대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이로 인한 금융기관의 리스크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금융실명제의 본 취지에 맞을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음달부터 은행 계좌 개설시 은행 창구를 찾지 않아도 되는 비대면 실명 확인이 시행되는 가운데 생애 첫 금융거래를 시작하는 고객들은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비대면 실명확인, 첫 금융거래자는 제외…반쪽짜리 '핀테크' 전락)
 
생애 첫 금융거래자는 기존 은행 계좌나 공인인증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신규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비대면 실명확인의 신속한 적용과 중복투자 우려로 인해 기존 매체(신분증, 기존 은행계좌)를 선택하고 있는 것.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실명확인의 방법을 법과 규정에 의해 반드시 '대면'으로 하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복수의 기본 요건을 갖추면 실명 확인으로 볼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은행들이 신규 계좌 개설시 비대면 실명확인의 방법으로 신분증 사본 확인과 기존계좌 활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실명제법 취지를 거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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