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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알뜰폰 '알짜', 허브사이트 '계륵'
허브사이트, 월 가입자 200명 불과…운영비 부담에 갈팡질팡
2016-01-05 16:07:16 2016-01-05 16:07:29
우체국알뜰폰이 신규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알뜰폰의 인지도를 다시금 각인시키고 있다. 반면 ‘온라인 우체국’을 표방한 알뜰폰 허브사이트(www.알뜰폰.kr)는 출범 8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알뜰폰 확산의 1등 공신인 우체국알뜰폰은 지난 12월 가입자 30만명을 돌파했다. 월 평균 1만2000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우체국은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알짜 판매 채널이다.
 
5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온라인에서도 우체국 알뜰폰 판로를 확보하고자 지난해 5월 허브사이트를 열었다. 특히 오프라인 대비 LTE 상품 판매에 중점을 두고 젊은 고객층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입점한 16개 사업자의 가입 건수는 모두 합쳐봐야 월 200건이 될까 말까다. 업계는 이같은 부진의 원인으로 ▲운영비 책정과 산정방식 ▲주도적 사업자 부재 ▲홍보 부족 등을 꼽는다.
 
허브사이트 운영비는 연간 2억5000만원이다. 절반은 입점 사업자가 동등하게 부담하고, 남은 절반은 업체별로 접수자 수에 비례해 부담한다. 즉 월 70만원 가량의 고정비에 더해 접수 건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므로 가입자 유치가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이 판매분담금은 실제 개통치가 아닌 접수 건만으로 산정된다. 예컨대 1건의 고객 접수가 실 개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고객 실수로 2건의 접수가 중복된 후 1건만 개통됐다고 해도 이 업체는 접수된 3건 분량의 운영비를 내야 한다. 이는 허브사이트가 업체별 홈페이지와 연동되지 않아 실질적인 개통 건수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체국알뜰폰은 개통 건당 비용이 발생하고 단가가 낮아 일반 대리점 대비 부담이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은 이익과 손해를 예상하면서 파격 요금제를 내볼 수 있는데 허브사이트는 불가능하다”며 “지금도 운영비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용 상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사업자들은 허브사이트를 통한 판매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아닌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협회(KAIT)가 운영 주체인 점도 책임 소지를 분산시킨다.
 
이 관계자는 “허브사이트에서도 우체국의 ‘기본료 0원’ 같은 요금제를 내고 싶지만 그랬다가 만약 점유율이 급증하면 그만큼 운영비를 다 부담해야 한다”며 “사업자들이 의기투합해 효과를 높이면 좋겠지만 아직은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 결과 허브사이트는 당초 취지였던 LTE 상품 지원사격은커녕 우체국과 같은 저가 상품 마케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이에 지난해 말부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과 TF를 구성하고,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한 라디오·동영상·바이럴 광고 등 홍보 전략을 다지고 있다. 현재 허브사이트에선 ‘알뜰폰의 이용 유형 및 알뜰폰허브 방문 경로’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알뜰폰이 이슈가 되니 허브사이트도 덩달아 구경을 오시지만 구매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며 “올해는 허브사이트도 활성화돼 성과를 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제로 요금제’ 등 새로운 요금제 상품 판매를 시작한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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