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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의 눈물로 본 유리천장…여성임원 '하늘의 별따기'
30대그룹 계열사 10곳 중 7곳 여성임원 '전무'…삼성도 총수일가 외에 여성사장 없어
2016-01-13 16:23:11 2016-01-13 16:23:25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양향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가 삼성을 떠나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입당했다. 정치 입문보다 화제가 된 것은 눈물의 기자회견이다.
 
양 전 상무는 지난 12일 입당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박사급 연구자가 수두룩한 글로벌 기업에서 고졸인 제가 임원이 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면서 "학벌의 유리천정, 여성의 유리천정, 출신의 유리천정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없는 길을 만들며 무수히 눈물을 삼켰던 주인공이 제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뉴시스
 
그는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85년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하면서 메모리사업부에만 30년간 몸 담았다. SRAM설계팀 책임연구원과 DRAM설계팀 수석연구원, 플래시설계팀 수석연구원(부장)을 거쳐 2014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로 승진했다.   
 
고졸 출신으로는 최초로 삼성전자 임원에 오르는 등 한계를 뛰어넘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2년 "여성 중에서도 최고경영자(CEO)가 나와야 한다"며 여성 임직원들을 따로 만나는 등 기업내 만연한 차별 문화를 깰 것을 주문했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삼성의 전체 임원 수를 보면, 여성임원 승진자는 2011년 9명에서 2012년 12명, 2013년 15명, 2014년 14명으로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9명으로 줄었다. 그룹 전체 임원 승진 규모가 200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은 294명에 그친 영향을 받았다. 
 
대신 개발분야에서 최초의 여성 부사장을 배출하며 사기 증진을 도모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 내 여성 부사장은 모두 2명으로 늘었다. 이부진·이서현 등 총수 일가를 제외한 여성 사장은 아직 배출된 적이 없다. 전체 직원 대비 차지하는 여성인력 비중 역시 3% 수준으로, 여전히 극소수다. 
 
이는 비단 삼성만의 얘기는 아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30대그룹 계열사 10곳 중 7곳은 아예 여성임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여직원 수 대비 여성 임원은 1300명당 1명꼴. 남성 임원이 74명당 1명인 것에 비하면 18배 차이다.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도 여성은 대부분 상무로 포진했고, 전무 이상 고위 임원이 된 여성은 최근 1년 새 17% 줄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유능한 여성인력의 발굴과 육성을 주창하고 있지만 다시 시들해진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력단절여성 등이 대두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업 내부적으로 출산 및 육아휴직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게 사실"라며 "여성들이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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