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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제부된 리니언시…담합 근절, 제도 개선이 우선"
2016-02-11 15:59:25 2016-02-11 17:00:32
골판지를 포함한 제지업계 담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담합의 유혹에 빠지는 최대 요인으로 대형사 위주의 시장구조를 꼽는다. 골판지 시장도 5곳의 대형사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관행으로 치부되며 암묵적으로 이어지는 담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사진)은 "정부가 주도해서 산업정책을 펴다보니 대부분의 업종이 3~4개 대기업이 독과점하는 형태로 시장이 짜여졌다"며 "과점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 몇곳만 담합하면 시장가격이나 공급방식을 다 맞출 수 있어 시장구조 자체가 담합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담합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시장구조가 형성된 만큼 이를 해결치 않고서는 담합을 근절키 어렵다는 주장이다.  
 
우선 담합행위를 자진신고한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가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골판지 업계의 담합 조사도 시장을 주도하는 한 대형사의 자진신고로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업이 담합을 주도해놓고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피해가고 있어 나머지 업체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자진신고를 한 업체는 담합을 통해 이득은 이득대로 챙기고,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면제받는 등 일석이조의 이득을 취한다"고 힐난했다. 업계에서는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한 시장 선두기업으로 태림을 꼽는다.
 
리니언시 제도가 변질되고 있는 만큼 리니언시 외 담합 적발을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남근 위원장은 "통상 담합을 1위 업체가 주도하는데 문제가 될 것 같으면 1위 기업이 자백을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고 있다"며 "이 같은 제도는 손을 봐야 하며, 유지를 하더라도 담합에서 중점적인 이익을 누렸던 업체는 책임을 면제해주는 방식을 달리하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늑장 대응'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로 집중된 업무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골판지 담합 조사의 경우도 지난 2012년 조사가 이뤄졌지만 4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 사이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들은 원지 가격을 인하하는 등으로 매출액을 줄여 과징금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현재 원지 가격은 담합 기간보다 60% 가량 낮은 가격으로 판지사에 공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가 늦어지면서 해당 기업들에게 과징금을 경감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4년째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공정위로부터 해당 조사관이 바뀌면서 지연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담합 적발부터 조사, 제재까지 걸리는 기간은 3~4년 정도다. 그 사이 해당 조사관이 바뀌면 업무의 연속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시민사회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요구한 결과 현재 검찰과 중소기업청, 국세청에서도 필요해 의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공정위로 하여금 검찰에 고발케 할 수 있지만, 눈에 띄는 효과가 없는 실정"이라며 "여러 행정기관들이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확대해서 공정위의 업무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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