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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금융위 하우스푸어 대책…서민 주거안정 프로그램 17건 신청
과거 정책에 이어 시장조사 제대로 못한 '생색내기' 지적
전문가들 "지원 대상 늘리고 다중채무 고려해야"
2016-07-07 16:38:30 2016-07-07 16:38:3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위원회가 하우스푸어 대책의 하나로 야심차게 추진해 온 서민 주거안정 프로그램이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위 산하 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금자리론 연체와 채무 감면을 도와주는 서민 주거안정 프로그램이 유명무실화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두 정부기관이 지닌 서민금융 프로그램을 하나로 합쳤음에도, 지원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 조사 실패를 원인으로 꼽고, 지원 대상이 대폭 확대되고 제도적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캠코는 7일 주금공과 협약을 맺고 추진된 서민 주거안정 프로그램의 이용 건수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7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에 2~3명 정도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셈이다.
 
두 기관은 금융위의 '하우스푸어 지원 대책'에 따라 지난 2013년 부터 지금까지 채무 재조정 및 금리 인하 등을 추진해왔다. 금융위는 지난 2013년 4월 당시 서민주거와 민생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주금공을 통해 사전가입 주택연금, 적격전환 대출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실적 부진으로 사라졌다. 캠코가 맡은 '부실채권매입제도'도 실적이 저조해 얼마 안되서 중단됐다. 
 
이에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추진하는 주금공-캠코의 '서민 주거안정 프로그램'도 과거 생색내기 정책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금공이 보금자리론 연체자의 지연 배상금을 일부 감면해주면, 그 채권을 캠코가 인수해 채무 재조정을 해주는 연계 지원책이다. 
 
이와 관련해 캠코 관계자는 "연체율이 떨어지다 보니 보금자리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분들의 숫자도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달라진 시장 환경 때문에 실적이 아주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즉,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영향으로 보금자리론 이자가 낮아지니 연체율도 줄어들었고, 자연히 대출이 연체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수요도 줄어들었다는 논리다. 다른 말로 지원책 자체의 문제보다는 시장 환경의 변화 탓이란 설명이다.
 
◇지난12월21일 주금공과 캠코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식을 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체율 하락으로 수요가 줄어든 측면보다 지원 내용과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이미 여러 금융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아, 단순히 보금자리론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다중 채무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지난 몇년간 금융위의 주도 아래 각 금융 공기업들이 하우스푸어 지원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효과를 보기는 커녕 사태가 더 악화된 점을 꼽았다. 지난해 9월 공개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2014년 동안 보금자리론의 연체금액이 955억원에서 3949억원으로 4배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주금공-캠코의 하우스푸어 지원책은 사전에 수혜 대상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생색내기식 프로그램의 전형"이라며 "실효성을 높이려면 부부합산 소득 상한선을 높이고 보금자리론뿐 아니라 다른 대출 상품까지 아우르는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하우스푸어들은 보유한 집을 처분해도 건질게 별로 없는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라며 "다중 채무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이런 분들에게 보금자리론 부담을 감면해 주겠다는 것 만으로는 큰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주금공 관계자는 "여러 채무에 얽혀있다보니 보금자리론 연체 재조정을 받는 것 대신 아예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법원의 조정을 받으면 우리 프로그램은 신청할 수 없어서 하우스푸어 지원 프로그램 건수가 많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애는 쓰고 있지만, 채무 독촉 전화인 줄 알고 연락을 아예 안받는 분들도 있어서 홍보가 잘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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