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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수사' vs '신중론'…대선주자들, '박 전 대통령 불복' 대응 온도차
이재명 "증거인멸 가능성…출금하고 구속수사해야"
다른 주자들은 "이슈 키워줄 필요없다" 신중론 대세
2017-03-13 17:45:28 2017-03-13 17:45:28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사실상 불복의사를 밝히자 야권 대선 주자들은 13일 “헌법과 국민 무시”라며 한 목소리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대세였다. “즉각 구속수사”를 주장하며 선명성을 드러낸 이재명 성남시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탄핵으로 이미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일종의 ‘피해자 코스프레’로 지지층 결집에 나선 상황에서 굳이 일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탄핵 이후 정견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은 탄핵에 승복하지 않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지지자를 규합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죄송하다, 송구하다는 표현도 없는 것을 보고 참으로 경악스러웠다. 여전히 대한민국 헌법과 법질서, 국민들의 주권의지를 완전히 무시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의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태도이기 때문에 법률적 기준으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인다. 출국을 금지하고 신속히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진행된 더문캠 일자리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은 것은 국민과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며 “사죄하고 승복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데 함께 해주는 것이 박 전 대통령에게 남은 마지막 도리”라고 일침했다. 사법처리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들의 마음은 같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대선주자들이 구속이나 불구속, 사면 여부를 말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에 승복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통합을 위한 마지막 의무”라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법 당국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수사를 할 것이고 이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승 총무원장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도 이제 헌재 판결을 존중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며 “이미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자연인 신분에서 검찰의 수사 요구가 있을 때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금 대선이 6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헌재 불복이슈를 굳이 받아줄 이유 없다”며 “여권내 일부 친박과 탄핵된 대통령의 주장에 야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저쪽 존재감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보수진영 적통을 두고 대립중인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더욱 분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 찬성한 바른정당 후보들은 다른 야권 후보들과 비슷한 태도다. 탄핵에 부정적이었던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경우 상당수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동조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헌재 결정 불복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며 헌법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구속수사 여부는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제 정치인 박근혜를 우리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자고 말하고 싶다. 더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자”며 “개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는 사법부에 맡기자.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들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반면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김진 한국당 상임고문은 언론 인터뷰에서 “구속 수사에 반대한다”며 “방금 전까지 대통령을 했던 사람을 구속하고 감옥에 가둔다는 것이 법 논리나 정서상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당시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문제 폭로가 있었지만 검찰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이유로 선거 이후로 연기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그렇게 급한 게 아니지 않느냐. 대통령 선거 이후에 하면 왜 안되나”라고 반문했다.
 
자료/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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