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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올해와 내년 부동산 시장 '흐림'…월세 지원정책 필요"
"아파트 매매가 올해 동결 내지는 0.3% 내외 미미한 증가율 보일 것"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오히려 역효과 우려도
2017-04-14 06:00:00 2017-04-14 06: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6명 정도가 내년 부동산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학계와 업계 전문가 1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년 후 부동산 시장이 나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7.8%로 가장 많았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공급과잉, 금리인상, 가계부채, 부동산규제 강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은 짙어지고 있다. 이에 20년 넘게 학계와 업계의 실무를 두루 거친 국내 주택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을 만나 올해와 내년 부동산 시장을 조망해 봤다. 송 실장은 1993년 삼성물산(재무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LG투자증권(기업금융팀)과 굿모닝증권(M&A팀장) 등에서도 근무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 재무통계학(석사), 오하이오 주립대 경제학(석사·박사)을 이수하고 현재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이 이타바락 에티오피아 주택도시개발부 국장에게 토지등록 시스템 구축방안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KDI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은.
 
과거의 주택 매매가격 상승 흐름이 올해 들어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015년 3.6% 증가했으며 2016년에는 0.7%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올해는 최저 -0.4% 정도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매매가격 측면에서도 2015년 4.8% 증가했던 것이 2016년에는 0.8% 상승에 그쳤다. 올해는 0.0~0.3% 내외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방의 경우 매매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은 기존 입주물량과 신규로 공급되는 물량 자체가 수도권보다 상승폭이 더 높은 편이다. 미분양 우려도 있다. 이 와중에 주택가격까지 떨어지게 되면 기존 수요층마저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전세 가격의 경우에는 올해도 상승세를 유지하되 과거에 비해 증가폭은 크게 감소한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4.9%의 증가율에서 2016년 상반기 2.3%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0.3% 내, 수도권은 0.4%, 지방은 0%의 보합 정도로 예상된다.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내년은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입주물량 자체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34만5000가구다. 내년에는 49만7000가구로 15만2000가구 증가한다. 문제는 이 같은 입주물량을 받아낼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2개월 연속 증가하며 6만가구를 넘어선 상태다. 당분간 이 같은 공급과잉 후유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서 떠도는 '2018년 위기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위기라기보다는 주택시장 경기 자체가 하강하는 시각적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한 것 같다. 즉 이 같은 현상이 시장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아파트 가격이 항상 오르지는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보편화되는 양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두운데 건설사는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많이 줄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물산 경우에는 작년부터 주택분과를 거의 다 축소한 편이다. 당시 다른 건설업체들은 삼성물산의 그런 경영방침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도 좀 줄여야 겠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중소 건설사 경우에는 지금처럼 분양 위주의 주택공급 사업은 지양하고 지역에 특화된 관리서비스 쪽에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건설사는 주택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나쁘면 건설사들은 쉽게 위축된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했다. 개발·공급·대규모 위주의 주택경기 부양에 치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공급과잉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발보다는 관리나 유지 쪽으로 사업 패턴을 바꿔야 한다. 가령 시공에서부터 임대·매각까지 부동산 관련 모든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부동산 종합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이 에티오피아 주택도시개발부 공무원들에게 토지등록 시스템 구축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KDI
 
대선주자들이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한 목소리를 내는데.
 
둘 다 부동산 시장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대선주자들이 말하는 전월세 상한제라는 의미는 전세 보증금 상한제라는 말이나 다름 없다. 즉 전세 보증금을 빨리 올리지 마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임대시장 체계는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으며 전월세 전환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그런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상한선을 정해 보증금을 낮추자는 주장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인다.
 
특히 전월세 상한제를 아예 규정화시키면 오히려 임대시장 자체를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 원래 의도대로 전월세 임대료가 낮아지기보다는 외려 올라가는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를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민간임대주택에까지도 적용하는 나라도 드물다. 계약갱신청구권도 마찬가지다. 계약갱신제도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시장 안에서 임대인이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방식을 강구해 내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선주자들은 이들 제도가 서민주거 안정화 정책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제대로 주택을 아는 사람은 그런 말 안 한다. 공공임대에서 할 역할을 마치 전체 임대시장에서 적용하는 분위기로 말하는 것은 시장 자체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둔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다.
 
그렇다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현재 한국의 법제도에서 임대인은 2년간 계약을 바꾸지 못하게 돼 있다. 그 자체가 임차인에게 큰 혜택이다. 미국에서는 1년마다 갱신한다. 임차인의 법적 권리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이보다는 주거비 절감 방안이 더 중요하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월세 지원 정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흐름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아파트 주요 지역의 경우 2014년 9%대에서 최근 4%대까지 상당히 줄어들었다. 월세가 늘어나면 월세가도 내려가게 정부가 유도를 해줘야 한다. 따라서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갖춘 월세 주택 공급과 가계소득수준별에 맞는 다양한 월세가 책정되게끔 이끄는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 사진/KDI
 
현재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수준은 조정돼야 하나.
 
DTI는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DTI는 60% 수준인데 주요 선진국 DTI 평균은 30%대다. 가계부채 건전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이를 60%로 완화할 이유도 없다. 30~40% 선으로 강화해야 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현재 70%인 LTV는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정책은 어떻게 보는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추세를 고려하면 뉴스테이의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대규모 프리미엄 브랜드가 월세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것은 주택시장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양질의 아파트가 월세로 나온다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다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뉴스테이 정책은 민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래세는 보다 완화하고 보유세는 높이는 것이 향후 부동산 세제 방향성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은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거래세가 높고 보유세는 낮은 편이다. 다른 국가들과의 형평성이나 균형점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려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동산 세제가 제대로 걷힐 수 있도록 주택 임대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선결 조건이다.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 사진/KDI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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