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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년 특별기획)③한국경제 지표 현주소는 '불평등의 악순환'
3명중 1명 '비정규직', 임금수준도 정규직 53.5% 불과
성장 못따라가는 분배…소득불평등, 미국 다음으로 높아
2017-05-15 06:00:00 2017-05-21 17:57:23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미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미국이 멸망한다면 양극화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고, 중국 송나라 유학자 육상산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백성은 가난한 것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지 못한 것에 분노한다)을 강조했다. 불평등해소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한 것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부유층과 대기업의 소득이 증가하면 낙수효과에 의해 서민과 중소기업의 소득도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5분위배율,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소득 양극화는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더욱 심해져 왔고 지금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낙수효과'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대체됐다. 재벌이 막대한 사내유보금에도 투자와 고용을 게을리 하면서 대기업 위주 성장정책은 고용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되레 인건비 절감 등을 목적으로 한 '고용 유연화' 현상이 심각해져 비정규직을 빠르게 늘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2년 383만명에서 작년 644만명까지 15년새 2배가량 급증했다. 비정규직에는 기간제, 시간제, 특수, 파견, 용역 등이 포함돼 있다. 작년 전체 임금근로자를 1963만명으로 보면 비정규직 비율은 32.8%다. 근로자 3명중 1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의미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문제는 임금격차도 심화시켰다. 작년 기준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79만5000원, 비정규직은 149만4000원이었다.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53.5% 수준에 그친다. 2002년만 해도 비정규직이 정규직 임금의 66% 수준이었지만 2008년(60%)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2009년 54.6%로 급격하게 하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급기야 작년에는 관련 통계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23만원으로 대기업(513만원)의 62.9% 정도였다. 중소기업 임금 총액 역시 1997년에는 대기업의 77.3% 수준이었지만 갈수록 낮아져 10년째 60%대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임금격차는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최상위 10%는 하위 10%보다 4.79배 많은 소득을 벌어들였다. 소득 불평등이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미국(5.01배) 다음으로, 일본(2.94배), 스페인(3.08배), 영국(3.56배)보다 매우 크다.
 
분배는 상대적으로도 경제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000~2009년 4.2%, 2010~2015년 3.0% 수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43개국(OECD 34개국과 9개 신흥국) 연평균경제성장률 2.9%, 2.3%보다 각각 1.3%포인트, 0.7%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같은기간 연평균 소득재분배 수준과 다른나라의 격차는 2000년대 10.88에서 2010년대 11.71로 확대됐다.
 
더욱이 한국경제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저하와 함께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지속성장 기반이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 전반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0년 0.279에서 2015년 0.305까지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숫자가 클수록 완전불평등을 의미한다.
 
소득 불평등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통해 경제 전반의 소비를 감소시키고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작년 물가상승을 고려한 전국가구의 실질소득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전국가구(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소득증가율은 0.6%로 전년 1.6%에 비해 1%포인트 둔화됐다. 가계소득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2010~2012년 연평균 5.9% 증가했지만 최근 4년(2013~2016년)동안에는 연평균 1.9%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을 봐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인당 PGDI는 1814만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의 원인을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원활히 환류되지 못하면서 기업저축률만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꼽았다. 자영업자의 낮은 수익성과 가계부채 급증, 재산소득 증가세 둔화도 가계소득 증가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기업의 영업이익이 가계 임금소득, 배당소득, 투자소득 등으로 이어져 가계소득으로 흘러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기업의 현금을 은행 곳간에 쌓아두고만 있다는 지적이다.
 
소득이 줄어드니 가계는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작년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원으로 전년 256만3000원보다 0.5% 떨어졌는데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초로 감소했다. 결혼포기와 저출산도 이어지고 있다. 2000년 63만5000명의 울음소리가 들렸던 출생아수는 작년 40만6000명까지 떨어져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작년인구 천명당 혼인건수는 5.5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다. 불평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한국경제 지표의 현주소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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