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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원지 1년새 70%나 올린 대형업체들, 수출가격은 '찔끔' 인상
공급부족 주장하면서 저가수출 늘려 배경에 의구심…판지사들 "가격 인상 위한 꼼수"
2017-10-24 06:00:00 2017-10-24 06: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수출되는 골판지 원지가 국내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넘겨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위적으로 원지 수급 불안을 조성하고 이를 빌미로 원지 가격을 올리려는 대형업체들의 꼼수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원지 수출가(골심지 기준)는 지난 8월 톤당 461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톤당 377달러로 수출되던 지난해 6월 보다 22% 가량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같은 기간 국내 원지 가격은 70%나 인상했다는 점이다. 원지사가 국내 중소형 판지사에 판매하는 원지가격은 지난해 6월 톤당 30만원에서 지난 8월 51만~52만원으로 70% 가량 상승했다. 수출가격은 22% 증가한 사이 내수가격은 70% 가량 상승한 셈이다. 수출은 본선 인도가격(FOB) 기준으로 물건을 배에 실을 때(선적)까지의 비용부담 조건이다. 이 때문에 실제 운반 비용을 제외하면 수출가와 내수가의 차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원지사들은 이에 대해 "잉여분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라며 "운반, 운송 등으로 수출하는 것이 번거롭고 마진도 남지 않지만 국내에서 안 팔리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원지사들의 주장과 달리 국내 판지사들은 원지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자재인 원지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공장 가동을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상된 가격에 구매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소형 판지사들의 주장이다. 한 판지사 관계자는 "8월 원지 가격을 인상한 후 인상분에 대한 결제가 이뤄지는 9월 초반에 원지를 공급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면서 원지가 국내 시장에서 남아 수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원지수출도 꾸준히 증가세다. 원지의 수급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원지사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때마다 인상요인으로 '폐지 수출량 증가'를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원지 수출이 더 심각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폐지 수출량은 63만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폐지 회수량 연 834만톤 대비 7.5% 수준이다. 폐지 업계 관계자는 "집계에 포함이 안 된 폐지 회수량을 감안하면 실제 수출량 규모는 5% 안팎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원지 인상의 주요인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폐지를 주원료로 하는 원지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량 이상의 폐지가 여기에 소모되고 있는 형국이다. 폐지 업계 관계자는 "폐지 수출은 국제가격인하와 중국의 수입통제로 2014년 이후 평균 월 4만톤의 수출규모가 지난달에는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반면 골심지 등 원지수출이 30% 이상 급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원지업계는 가격 인상에 대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수급 불균형 현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원지사들이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내에서 원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향후 수출량 역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원지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이 못따라가자 지난달부터 원지 수출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수출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내 원지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골판지 업계는 최근 1년새 세 차례에 걸친 원지사들의 원지 가격인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정감사에서 골판지 시장의 문제점이 처음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권혁홍 대양그룹 회장에게 수직계열화된 시장 내에서 원지사들의 횡포에 대해 질타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무분별한 원지가격 인상에 대한 제재 방안 등을 마련해 곧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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