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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장 매각설에 노사갈등 격화
노조 "MBK 투기자본 민낯 드러나" vs 사측 "리츠는 매각 아닌 신사업"
2018-05-24 18:07:16 2018-05-24 18:07:16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홈플러스 내 노사갈등이 격화되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40개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설립을 추진하자 노조가 이를 매각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반발에 나선 것이다.
 
24일 홈플러스 노조와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노동자들은 서울 광화문 MBK 본사 앞에 집결해 '리츠 매각'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재현 홈플러스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리츠펀드 방식의 매각에 대해 "홈플러스를 껍데기로 만들고 이익에만 눈이 먼 투기자본만 살찌우는 비정의적인 행태"라며 "MBK가 홈플러스 전체 142개 매장을 통으로 매각하기 쉽지 않아 돈이 될만한 매장을 개별 또는 지역별로 묶어 매각할 가능성이 크고 그간 노조가 우려한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홈플러스 사측이 매각을 부인하고 있지만 리츠 설립 자체를 회사를 되팔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여기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3월말 국토교통부에 리츠 자산관리회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 매장 40개를 자산으로 리츠 회사를 설립해 상장한 뒤 홈플러스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료를 리츠사에 내면, 리츠사는 임대료를 배당금으로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노조에 따르면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장 부동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이 여의치 않자 올해 40개 매장의 부동산을 묶어서 리츠 설립 형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모펀드인 MBK의 최우선 과제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조달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있는 만큼 매각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노조의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핀 건 최근 불거진 성과급 미지급이다. 홈플러스는 매년 지급하던 성과급을 올해는 지급하지 않았다. 경영 실적이 부진하다는 게 배경이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가 대주주이던 시절부터 20여년간 매년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특히 적자였던 해에도 지급됐던 성과급이 경영지표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미지급 된 것을 두고 MBK의 '돈줄 옥죄기'이자 단기 투자금 회수에만 매몰된 사모펀드 투기 자본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라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여기에 지난 4월 홈플러스 김해점과 중동점 폐점까지 발표되며 MBK가 더이상 회사를 성장시킬 의지가 없다는 게 노조측 판단이다.
 
노조 관계자는 "리츠 매각이 현실화되면 홈플러스는 가장 큰 자산인 알짜배기 부동산은 없어지고 영업권과 브랜드만 남게 된다"며 "최악의 경우 홈플러스는 다양한 인수자에게 분할 매각되거나 폐점이 이어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2만여명 직원들의 고용도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홈플러스 사측은 노조의 이같은 주장이 리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리츠 설립은 매각이 아닌 부동산 상장 방식의 유동화를 위해 설립되는 법인이고 분할 매각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하는 노조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매각을 위한 포석이었다면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IPO)을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롭게 설립하게 될 리츠의 지분구조 역시 MBK파트너스가 아닌 홈플러스가 최대주주(20% 지분 확보)로 경영권을 갖게 돼 제3자에게 매각할 상황도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존 홈플러스 법인은 대형마트 운영 및 부동산 자산운용을 함께 영위했고 이 중 부동산 자산운용 업무를 떼어내 이를 전담하는 법인이 '리츠'라는 개념"이라며 "크게 봤을 때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홈플러스의 자회사인 셈이고 기존 자산관리를 보다 전문적으로 해 투자 및 성장 여력을 높이는 하나의 신사업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24일 홈플러스 노조원들이 MBK파트너스 본사가 있는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규탄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광표기자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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