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정서가 온다)②중국, '권리방어' 박차…고민 깊어지는 제약·바이오업계
국내기업, 생물자원 대부분 해외 의존…중, '이익의 10%' 로열티 책정…"정부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입력 : 2018-06-08 06:00:00 수정 : 2018-06-08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적용 시점은 8월17일이다. 시행까지 100일도 안 남은 터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고민은 커져만 가고 있다. 생물자원 대부분을 해외 도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국내 136개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나고야의정서 관련 대응책 마련에 대해 '현재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54.4%)을 차지했다.
 
생물자원 보유국의 보호조치에 따라 국내 기업 입장에선 수급불안정과 비용 상승 등의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일찌감치 법제화 작업을 통해 생물자원 권리방어에 나선 중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1월17일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이란 이름의 나고야의정서 국내 이행법률을 제정 및 공포했다. 해당 법안을 근거로 UN에 가입 비준서를 기탁해 같은 해 8월17일 국내에 발효됐다. 하지만 유전(생물)자원에 대한 접근 신고 및 이익 공유, 해외 유전자원의 이용에 관한 사전신고 등 관련 의무사항은 1년간 유예돼 올해 8월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 역시 생물자원 제공국의 사전승인을 받고 상호합의조건에 따라 로열티 지급 등의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해야한다.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이 해당 절차를 준수했는지 확인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천연물의약품이다. 자연계에서 얻어지는 동·식물과 광물, 미생물 등을 이용하는 천연물의약품은 생물자원 이용과 직결된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가운데 천연물 의약품을 보유하거나 개발 중인 기업은 동아에스티와 영진약품, 안국약품, SK케미칼, 엔지켐생명과학, 녹십자 등이다.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제품은 8종이며, 최소 3종 이상의 의약품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사 천연물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생물자원은 대부분 중국에서 도입 중이다. 중국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전 세계 8위(북반구 기준 1위) 국가로 8만6500종에 이르는 방대한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전체 생물자원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생물자원 권리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업계 우려를 키우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나고야의정서 관련 법제화에 돌입, 지난 3월 관련 입법을 예고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법안은 뼈대가 된 나고야의정서보다 더욱 강력하게 자국 생물자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정됐다. 나고야의정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인공합성물까지 포함시킨 점을 비롯해 생물자원 관리책임의 부처별 구분과 타국 기업의 자원 접근절차, 자원유출 관리절차, 로열티 공유방식 등을 꼼꼼하게 정립했다.
 
국내기업 초유의 관심사인 로열티의 경우 이익의 최대 10%에 이른다. 금전적 이익과 비금전적 이익을 구분해 납부하게 할 만큼 철저하고 체계적이다. 국내 제약사의 제조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관련 규정을 어길 시엔 불법으로 중국의 자원을 반출한 것으로 간주, 벌금 부과와 블랙리스트 등재 등의 벌칙도 부여한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천연물의약품의 매력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천연물의약품 시장은 지난 2011년 187조원에서 2023년 42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의약품을 비롯한 국산 천연물 제품 매출 규모를 지난해 약 15조원에서 오는 2022년 39조원까지 불리겠다는 포부를 이미 밝힌 만큼, 나고야의정서는 넘어야 할 벽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기업 입장에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업계의 주된 목소리다.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는 자원보유국의 기준과 요구를 일일이 맞추기 어려운 데다, 개별 기업이 상대 국가와 관련 사안을 협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탓이다. 정부차원의 대응과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조현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무는 "나고야의정서가 이미 발효됐지만 불명확한 규제 체계와 국가 연락기관에 대한 혼선 등에 산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며 "자체적인 생물자원 활용을 위해 한반도 천연물을 확보하고, 국내 보유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나고야의정서 국내 시행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생물자원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고민은 커지고 있다. 업계가 마련할 수 있는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는 탓이다. 사진/동아에스티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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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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